작년 IB 실적 2890억원...3년 새 급감
영업용순자본비율 하락해 IB 줄여야
급전 필요한 기업에 불리한 조건 대출
금융당국 "메리츠 대출 구조 문제 있어"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메리츠증권이 전통적 강점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줄이고 있다. 대신 기업대출과 소매영업을 크게 강화하며 수익원 다각화에 나서 증권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수수료는 공짜로 제공하며 소매시장 침투를 우선시하는 한편, 기업대출은 수익 극대화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 재무건전성 지표 하락에 따른 부동산 투자가 제한돼 수익원 다각화에 나설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당국에서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트증권의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주된 IB(투자금융) 실적은 3년 연속 하락세다. 지난 2021년에 4810억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2022년(4212억원) ▲2023년(3566억원) ▲2024년(2890억원) 등 계속 감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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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5.05.02 stpoemseok@newspim.com |
IB 규모가 감소한 배경으로는 재무건전성 악화로 인한 부동산 투자 감소 탓이 크다. 영업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조정영업용순자본비율의 경우, 지난 2020년 말에만 해도 223.8%에 달했는데, 작년 9월 말 기준 158.1%로 65.7%포인트(p) 급감했다. 조정영업용순자본은 기존 영업용순자본에서 유동성 낮은 자산·회수 어려운 자산·위험자산 등을 추가로 차감해 자본건전성을 더 보수적으로 평가한 지표로, 수치가 하락할수록 투자 자산의 위험 규모가 늘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조정영업용순자본비율에 대한 명문화된 기준은 없지만, 금융감독당국은 비공식적으로 조정영업용순자본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 이 같은 추세라면 메리츠증권이 당국의 권장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영업용 자본을 포함한 전체 자본 대비 위험 수준을 알 수 있는 순자본비율(NCR)을 보더라도 메리츠증권은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을 보인다. 지난해 메리츠증권의 NCR은 1218%였는데, 이는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미래, 한투, KB, NH, 하나, 삼성, 신한, 키움, 메리츠, 대신증권) 중 9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증권사에 있어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는 대부분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이라고 보면 된다"며 "또 기업금융(IB) 실적 중 상당수가 부동산 투자와 관련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에 대한 자체적인 심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적극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해 왔다"며 "그런데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위험 가중치가 높아지자 부동산 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메리츠증권은 리테일과 기업 상대 대출 부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우선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부터 비대면 전용 투자계좌인 'Super365'를 통해 국내 및 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업계 최초로, 고객이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모든 수수료를 없앤 것이다. 또 고려아연, 홈플러스 등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사업 방식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테일 사업의 경우 수수료 0% 정책으로 시장 점유율을 쓸어 담으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소매분야 영업은 저인망으로 바닥부터 긁어서 다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업을 상대로 너무 불리한 조건의 대출을 제공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홈플러스에 1조 2000억원의 대출을 내주면서, 약 4조8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담보로 설정했다.
이 본부장은 "LTV(담보인정비율)가 25%다"며 "보통 50~70%가 흔하며, 이는 메리츠증권에 매우 유리한 대출 조건"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이러한 메리츠증권의 대출 구조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LTV 25%면 절대로 메리츠가 손해를 보지 않는다"며 "더구나 회생절차 과정에서 형평성을 고려해 타 금융사의 채권 회수에 동의해 줄 이유도 없다"고 전했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