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6월 중 지분형 모기지 제도 로드맵 발표 가닥
영끌족 부담·가계부채 부담 완화 기대...집값 부추겨
주택담보대출→'지분담보대출' 되나…규제 혼선 우려↑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금융위원회가 다음 달 중 '지분형 모기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시장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정부가 공동 주택 투자자로 나서는 구조여서 집값이 상승하고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어서다.
'내 집 마련'이 갖는 상징성이 큰 우리나라 정서상 정부와 집 지분을 나눠 갖는 제도가 흥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고 해도 대출 담보가 주택에서 지분으로 바뀌는 등 규제 우회 논란이 터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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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주택담보대출과 지분형 모기지 제도 시행시 주택 구입 자금 배분 상황. [사진=김아랑 미술기자] |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6월 중 지분형 모기지 제도 로드맵을 발표한다.
지분형 모기지는 개인이 집을 살 때 정책금융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지분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지금 10억 원짜리 집을 사려면 매수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를 적용해 7억원을 은행에서 대출받고 3억원은 순수 자기자본으로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지분형 모기지 제도를 적용해 주금공이 5억원을 투자한다면 매수자는 나머지 5억원만 마련하면 된다. 5억원에 LTV 70%를 적용할 시 은행 대출 규모도 1억5000만원 가량 줄어든다. 다만 매수자는 주금공이 보유한 지분에 대해 임대료를 내야 한다. 매각 후 시세 차익은 매수자와 주금공이 지분대로 나눈다.
'영끌족'들의 부담을 줄이고 대출 의존도를 낮춰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지금까지 나온 윤곽만으로는 악용 여지도 많다.
우선 기존보다 적은 비용으로 주택을 매수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주택 수요가 폭증해 집값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지분형 모기지 역시 기본적인 틀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개인의 주택 매수를 돕는 것인데, 선례상 정부의 과도한 정책금융은 가계부채 폭증을 불러일으켰다.
대표적인 사례가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소득제한 없이 최대 5억원까지 LTV 한도 안에서 빌려준 특례보금자리론이다. 신청 접수를 시작한 2023년 한해에만 특례보금자리론 가운데 10만2671건(25조8126억원)이 신규 주택구매 용도로 공급됐다. 같은 해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우리나라 전체 아파트 매매 건수 41만1812호의 4분의 1에 이르는 규모다.
결국 서민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고 이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선보인 정책이지만, 정부가 나서 집을 사도록 부추기면서 이후 아파트값 상승의 불쏘시개 노릇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이 끝날 즈음 신생아특례대출이 풀리면서 거래가 더욱 증가해 집값이 오르는 결과를 낳았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대대적인 가계대출 관리에 나선 배경 중 하나다.
같은 맥락에서 여러 주택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의 부동산 투기를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적은 비용으로 여러 주택의 지분을 매수·보유하려는 투심이 활성화될 수 있어서다.
악용 여부에 앞서 제도 흥행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한다. 집 지분을 정부와 나눠 갖고 이에 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점이 내 집 마련에 대한 의미부여가 큰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매수자들로서는 정부에 임대료를 내고 지분을 내줄 바에야 기존과 같이 대출을 많이 받아 이자를 감당하고 온전한 '내 집'을 가지려 할 공산이 크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분형 모기지는 주택 구입 제도를 다양화하고 매수자들의 선택지를 하나 더 늘리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우리나라 정서상 주택은 개인의 전재산이고 이에 대한 소유권 욕구가 굉장히 강해 주택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으로서는 제도가 흥행해도 고민이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잡아 돈을 빌려줬다. 하지만 지분형 모기지 고객의 경우 기존과 같이 주택을 담보로 잡아야 할지, 고객이 가진 지분을 담보로 잡아야 할지 은행권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지분을 담보로 잡는다면 10억원 주택을 사는 고객도 개인 지분 5억원에 대해서만 대출 심사를 받게 돼 LTV 제도가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 가계부채 문제 해소를 위해 등장한 지분형 모기지가 역시 과도한 대출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LTV 제도의 의의를 위협하는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DTI(총부채상환비율)도 단기적으로 상환 부담이 적게 나타날 수 있다.
지분 담보는 변수 발생 시 회수 리스크가 커 은행에서 기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5대 은행 중 한 곳의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잘 내주지 않는다"며 "만약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내준 고객의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시 고객 지분에 대해서만 경매를 붙일 수 있어 낙찰률이 많이 떨어지게 된다. 이 경우 은행으로서는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은행 대출의 기본 개념 중 하나가 지분을 담보로 돈을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에서도 구체적인 로드맵을 짜고 있겠지만 (지분형 모기지 제도 시행 시) 담보를 무엇으로 잡을지, 담보를 잡는다면 어디까지 대출을 허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jane9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