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전월 대비 22% 급등…낸드도 11%↑
하반기 관세·인플레로 수요 둔화 우려도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글로벌 IT 제조사들이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 대응해 반도체 재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여파로 지난달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나란히 오르며 반도체 업계 전반에 온기가 돌고 있다. 오는 7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선제 구매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관세 앞두고 '사재기'…D램·낸드 동반 급등
2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4월 PC용 D램(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65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 1.35달러보다 22.22% 급등한 수치로, 지난해 9월과 11월 각각 17.07%, 20.59% 하락한 뒤 수개월간 보합세를 이어오다 큰 폭으로 반등한 것이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도 전월 대비 11.06% 오른 2.79달러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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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
업계는 이 같은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 확대를 꼽는다. 미국은 지난달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반도체·배터리·태양광 등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해 관세 부과를 예고했으며, 이 가운데 반도체를 포함한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90일 유예 조치를 적용한 상태다. 이 유예 시점이 끝나는 7월을 앞두고 글로벌 IT 기업들이 선제적인 부품 확보에 나서면서 메모리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고정거래가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대형 고객사와 계약할 때 기준이 되는 가격이다. 해당 가격의 상승은 즉각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출하 물량이 늘어날 경우 수익성 회복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 실적 훈풍 맞은 삼성·SK…2분기도 기대감
국내 기업들도 시장 분위기 반등을 체감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PC와 스마트폰 같은 IT 소비재는 당분간 관세 적용이 유예되며 AI 기능이 탑재된 신제품 출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최종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 전에 구매를 서두를 가능성이 있어 오히려 교체 수요를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액 17조6391억원, 영업이익 7조4405억원의 실적을 기록,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던 지난 분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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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이천 M14 전경 [사진=SK하이닉스] |
삼성전자 또한 올해 들어 고대역폭메모리(HBM)3E 등 고부가 메모리 제품군의 공급 확대에 주력하면서 수익성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D램 가격 상승세가 2분기 말까지 이어질 경우 양사 모두 분기 기준으로 의미 있는 영업이익 개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하반기 변수는 관세·인플레…수요 둔화 우려
다만 하반기 이후 수요 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 D램 가격이 반등했음에도 관세와 인플레이션이 하반기 PC 수요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관세율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국가간 무역 장벽 증가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D램 가격 상승 예상폭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17억 달러로 집계돼 역대 4월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중국발 IT 수요 회복세와 미국 내 AI 반도체 수요 급증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1% 증가하며 전체 수출 회복세를 견인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