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당 지도자 피터 더턴, 트럼프 따라했다가 지역구에서도 패배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 3일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 집권 중도좌파 노동당이 승리했다.
지난달 28일 캐나다 총선에서 집권 자유당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데 이어, 이번 호주 총선에서도 비슷한 정치적 이변이 재현된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 정책이 촉발한 '반(反)트럼프' 정서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5일(현지시간) ABC뉴스 등 호주 주요 언론에 따르면 노동당은 하원 150석 중 최소 85석을 확보하며, 호주 정치에서 보기 드문 강력한 과반을 차지했다. 반면 자유당-국민당 연합은 현재 39석에 머물고 있다.
노동당 대표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도 20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첫 호주 총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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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서 승리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5.05 kwonjiun@newspim.com |
호주는 지난 18년간 6명의 총리가 바뀌었고, 대부분 임기를 3년 남짓만 채웠고, 1996년부터 2007년까지 11년간 총리를 지낸 존 하워드 이후로는 연임 기록이 없었다. 하지만 앨버니지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의 압도적 승리로 장기 집권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이번 호주 총선의 흐름은 캐나다와 매우 흡사하다.
두 나라 모두 연초까지만 해도 보수 야당이 여당을 10%포인트 이상 앞섰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대상 고율 관세 부과와 도발적 발언이 쏟아지면서 민심이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예고하고, 10%의 추가 관세까지 부과하겠다고 밝혀 호주 경제에 충격을 줬다. 이에 따라 호주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따라하기'에 집중한 보수 야당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특히 보수 야당 자유당을 이끈 피터 더턴 대표는 24년간 지켜온 퀸즐랜드주 딕슨 지역구에서 노동당 여성 후보에게 패배, 의원직마저 상실했다. 이는 호주 정치사에서 야당 지도자가 지역구에서 낙선한 첫 사례다.
캐나다 보수당 대표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역시 지역구에서 패배, 의원직을 잃었다.
더턴 대표는 반이민, 공공부분 구조조정 등 트럼프식 정책을 앞세웠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됐다. '테무 트럼프'란 별명까지 얻은 더턴 대표는 막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적도 없다"며 거리를 두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호주 노동당은 "호주인은 남의 것을 베끼지 않는다"며 트럼프식 정책과의 차별화를 강조했고, 앨버니지 총리는 "친구가 할 행동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관세를 비판하며 민심을 샀다.
워싱턴포스트와 호주 싱크탱크 로위 인스티튜트 등은 이번 총선에서 경제난보다 '트럼프발 대외 불확실성'이 더 큰 쟁점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노동당은 연초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급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했으나, 트럼프 변수로 판세가 뒤집혔다.
이번 캐나다와 호주 총선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이 동맹국 정치에 미친 파급력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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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야당 자유당을 이끈 피터 더턴 대표가 선거 패배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5.05 kwonjiu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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