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주 용역 계약 해지 통보 정지 가처분 인용
"손해배상 소송 판결 전까지 계약 효력 유지"
조합 이의 신청 및 계약 해지 재가결
조합 부담 가중 가능성…조합원들 '불만'
조합 내부 '조합장 해임론' 제기되기도…사업 차질 우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최근 시공사 재신임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은 서울 용산구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이 이번에는 주민 이주를 위한 용역업체 교체 논란으로 억대 소송전까지 예고되면서 사업 지연이 우려되고 있다.
8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조합은 지난달 27일 열린 임시 총회에서 이주 명도 용역업체인 우인 법무사무소와 선일도시정비 등과의 계약 해지 안건을 올려 가결시켰다.
이는 지난해 8월에 통과된 안건을 재상정해 통과시킨 것으로, 기존 업체들과의 계약을 해지 결정하고 새로운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법원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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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달 27일 총회를 열고 현 시공사인 대우건설의 재재신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진은 재개발로 철거가 한창인 용산구 보광동 일대. 2025.04.11 dosong@newspim.com |
애초 이들 업체는 한남2구역의 이주·명도·수용 재결 보상 업무를 맡는 도급 계약 형태의 용역 계약을 2020년에 체결했다.
하지만 조합장 교체 이후 새로운 집행부는 돌연 "계약비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를 추진했다. 조합은 지난해 8월 임시총회에서 이주 명도 업체 계약 해지 안건을 투표에 부쳐 가결시키고, 그해 11월 말 새로운 업체로 법무법인 ′집현′을 선정했다.
조합의 이 같은 결정에 기존 업체들은 조합을 상대로 아직 용역 계약이 유효하다는 내용의 '용역 계약 해지 통보 효력 정지 등 가처분'을 신청했다.
용역 업체는 "계약 내용이 변호사법에 위배되지 않고, 계약서상 해지 사유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민법상 위임 계약 해지 조항 역시 당사자 합의로 배제되었거나, 본 계약의 성격상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해지 통보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반면 조합은 "해당 용역 계약이 변호사가 아닌 자의 법률 사무 취급을 금지한 변호사법을 위반해 무효"라거나, "계약 목적 달성이 불가능해져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에 따라 적법하게 해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설령 위임 계약으로 보더라도 민법 규정에 따라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판결에서 재판부는 기존 용역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계약의 주된 목적이 법무사의 업무 범위 내에 속하는 점 ▲설령 일부 내용에 법 위반 소지가 있더라도 계약 전체가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채권자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용역을 중단 또는 지연시켰거나 기타 계약 조건을 위반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지적하며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특히 계약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도 "단순한 사무 처리 위탁이 아닌, 업무 수행의 완성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일종의 '도급 계약'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조합 측이 주장하는 민법상 위임 해지 조항 적용을 배척했다. 이어 "설령 위임 계약으로 본다 하더라도, 계약서에 해지 사유를 제한적으로 규정한 것은 당사자 간 합의로 해당 조항의 적용을 배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조합의 해지 통지는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새로운 용역업체 선정 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분쟁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가처분을 통해 시급히 효력을 정지할 보전의 필요성도 충분히 소명된다"고 인용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는 용역업체 지위 확인 소송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조합이 이들 업체에게 통보한 용역 계약 해지의 효력은 정지되며, 업체들은 기존 계약에 따른 용역업체로서의 지위를 임시로 유지하게 됐다. 이들은 계약금 및 추가 용역비 11억4000만원을 지급해줄 것을 요구하는 용역업체 지위 확인 및 손해배상 소송을 낸 상태다.
이에 불복한 조합은 앞선 총회 재투표를 진행하는 한편, 법원에 가처분 인용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실상 법정 싸움 준비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조합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용역업체 교체 당시 설명과 달리 소송 비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조합은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해당 소송 비용을 물어줘야 한다. 만약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업체 측이 청구한 11억4000만원 상당의 청구액을 배상해야 할 경우 추가적인 지출도 발생한다.
민사소송 외에도 법적 분쟁이 진행될 조짐을 보이면서 현 조합 집행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새어 나온다. 한 조합원은 "교체 결정 당시 예상 비용을 훨씬 상회하는 10억원 이상의 소송이 걸렸다"며 "교체를 강행한 이유가 의문"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총회에서 대우건설 시공사 재재신임을 두고 "시공사 교체에 직을 걸겠다"는 현 조합장의 선언을 언급하며 해임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앞서 현 조합장은 "대우건설과 계약을 해지하면 탑티어 건설사가 참여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조합장 직을 걸고 책임 지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결국 대우건설의 시공사 지위가 유지되면서 "조합장이 책임을 저야 하지 않냐"는 목소리도 조합 내부에서 나온다. 결과적으로 지난 시공사 재신임 건을 두고 확산됐던 조합 내홍이 이어지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재개발 사업 추진에 대한 우려도 짙어지는 추세다.
조합측은 용역업체 교체 및 소송 관련 질의에 "따로 의견 표명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