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코오롱FnC '래코드' 서초구 전시 방문해보니
낙하산, 의료복, 에어백…새로운 생명 입은 소재들
코오롱 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확장된 업사이클링
가격 면에선 아쉬움 있어…"대량생산 어려운 현실적 문제"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다양한 체형에 맞춘 의류가 무분별하게 대량 생산·출고되는 시대. 과잉 생산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에 주목한 브랜드가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이 운영하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다. 중고 의류 리폼을 넘어, 단 한 번 쓰이고 버려지는 산업 폐기물을 패션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를 한 전시를 관람하면서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수 있었다.
14일 래코드가 서초구에서 공개한 전시 '리콜렉티브: 머터리얼스(RE; COLLECTIVE: MATERIALS)'에 방문했다. 전시는 산업 폐소재의 순환 가능성과 재해석을 주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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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전시 초입에 군용 낙하산으로 만든 옷이 전시돼있다. 2025.05.14 whalsry94@newspim.com |
전시장 초입에는 군용 낙하산을 활용해 제작한 의상이 전시돼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낙하산 길이가 워낙 길어 실제 착용하긴 어렵지만, 한번 쓰고 버려지는 소재가 재활용돼 패션으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코오롱FnC는 지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대한민국 육군·공군과 협업해 군용 텐트 및 낙하산을 수거했다.
이밖에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공급받은 불량 에어백 ▲고려대학교 의료원과 협업해 회수한 폐의료복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고강도 아라미드 섬유 헤라크론 등이 전시됐다. 한번 쓰고 버려지기 십상인 폐의료복은 화학적 분해를 거쳐 플라스틱으로, 플라스틱이 실로, 실이 옷으로 재생산된 과정을 영상 콘텐츠로 소개하고 있어 이해가 쉬웠다. 소재가 촘촘하지 못해 옷으로 활용될 수 없는 것은 설치 작품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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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전시 현장에 비치된 폐기물 가공 이후의 플라스틱. 2025.05.14 whalsry94@newspim.com |
래코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텍, 코오롱모빌리티 등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서 발생한 폐기물도 업사이클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는 재고자산을 줄임과 동시에 환경폐기물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갖가지 사이즈에 맞는 옷이 대량 생산·출고되는 시대에, 래코드의 시도는 신선하고 획기적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코오롱FnC 관계자는 "코오롱인더스트리 내부의 미래기술연구원에서 폐기물 가공을 담당하고 있으며, 중고 거래 플랫폼 '오엘오'와 코오롱몰의 자체 수선 서비스 운영 등 다양한 ESG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자재가 폐기물이라고 해서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셔츠의 경우 32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패션에선 대량 생산을 통해서만 가격을 절감할 수 있는데 래코드의 경우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해 소량만 출시하기 때문에 완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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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버려진 자동차 에어백으로 만든 가방. 3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2025.05.14 whalsry94@newspim.com |
전시 현장에서는 직접 업사이클링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도 열렸다. 폐차된 차량의 에어백 천을 바탕으로 실을 꿰고 천을 덧대 키링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관람객들은 소재의 재사용 가치를 직접 체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래코드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산업 소재들이 기능을 다한 후에도 예술적, 사회적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래코드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