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박관현 열사 묘역서 눈물…"같은 방에 수감"
"광주 올 일 5·18 밖에 없나" "표 때문에 참배 왔나"
[광주·전주=뉴스핌] 박서영 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7일 '험지' 호남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김 후보는 제4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이날 광주·전북을 찾았다. 시민들은 "선거 앞두고 표 얻으러 온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와 광주교도소 터를 연달아 방문하며 호남에서의 첫 일정을 소화했다. 이어 광주 선거대책위원회의를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했고, 오후에는 전북 전주와 김제 등을 방문하며 호남 민심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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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이길동 기자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7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고 박관현 민주열사의 묘를 참배하며 울먹이고 있다. 2025.05.17. gdlee@newspim.com |
김 후보는 민주 열사 묘역에 참배하며 수차례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전남대 총학생회장이었던 고 박관현 열사의 묘 앞에선 비석을 어루만지며 과거 인연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박 열사 방에서 수감 생활했다. 박 열사가 죽은 뒤 그 방으로 제가 수감돼 1년 동안 생활했다"며 "(박 열사) 누님이 아직 살아계신데 누님이 매년 오신다. 그분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군사정권에 맞서 직선제 개헌 투쟁을 하다가 1986년 구속됐고 안양·청송·목포 교도소 등을 거쳐 1988년 3월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가 같은해 10월 개천절 특사로 출소했다.
다만 김 후보의 이 같은 '눈물 참배'에도 호남 민심은 움직이지 않았다.
60대의 한 광주 시민은 "5·18을 이용해서 표 받을 생각만 하는 정치인들 질색"이라며 "오히려 정치인들 와서 시끄럽게 하면 장사도 안 된다"라고 쏘아붙였다.
전주에서 자영업에 종사하는 김모 씨(41)는 "운동권 출신이었던 사람이 극우 보수가 됐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낀다. 오늘 5·18 묘역 참배도 광주에선 오지 말라했는데 굳이 간 것 자체가 표 때문에 간걸로 보인다. 차라리 선거 끝나고 왔으면 진정성이라도 느꼈을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광주 시민 황모 씨(30)는 "정치인들은 광주에 올 일이 5·18 밖에 없는가. 이재명 후보든 김문수 후보든 5·18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 같아서 좋게 보이지 않는다. 대선이 아니었으면 김 후보가 참배하러 왔겠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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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이길동 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오전 광주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2025.05.17 gdlee@newspim.com |
한편 김 후보는 '호남 발전 공약'을 발표하며 총력을 기울였다. 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는 이날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광주~대구 달빛철도 조기 착공을 약속하는 등 호남의 숙원 과제인 교통 인프라에 대한 청사진도 내놨다.
김 후보는 전북 전주 전동성당 앞 유세 현장에서 "새만금을 농업·생명·과학 기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새만금을 농업과 공업 R&D(연구개발) 복합 발전이 가능하도록 세금과 규제를 없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특별한 지역으로 반드시 만들어 낼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어 전북개인택시조합 간담회에 참석해 지역 민심을 경청했다.
seo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