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상권'의 그림자...거북섬 수변상가, 공실률 87%의 역습
반달섬 생숙, 주거도 숙박도 안 되는 '개발의 회색지대'
관광특구의 허상, 책임 없는 개발이 남긴 시민의 눈물
[수원=뉴스핌] 박승봉 기자 = "7% 수익률? 지금은 월세 한 푼도 못 받고 있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관광특구였나요?"
경기 시흥시 거북섬과 안산시 반달섬. 수도권 서남부 해안 개발의 상징처럼 떠오르던 이 두 인공섬이 수천억 원의 피해와 소송, 형사고소, 공실률 80% 이상이라는 참혹한 현실로 주저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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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수아 인턴기자 = 거북섬 웨이브파크 인근에 위치한 한 상가. 26일 기준 공실이 대부분이었다. 2025.05.26 geulmal@newspim.com |
27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해보면, 분양 당시 '황금 상권', '고급 레지던스', '국제 해양 관광지'라는 화려한 문구로 투자자들을 유혹했지만, 현실은 텅 빈 건물과 공허한 대출 이자만이 남았다.
◆ 거북섬 웨이브파크 기대…"수분양자 800억 피해로 돌아오다"
거북섬은 시흥시 정왕동 매립지에 조성된 인공섬으로, 세계 최대 인공서핑장 '웨이브파크'를 중심으로 한 해양레저 관광특구로 개발됐다. 당시 관광특화 사업으로 직접 유치하며 전국적 주목을 받았지만, 2025년 현재 이곳은 '유령섬'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 웨이브파크 인근 수변상가의 공실률은 87%를 넘고, 수익률은 0%에 가깝다. 수분양자 100여 명은 분양대행사가 '관광객이 몰려 큰 수익이 난다'며 과장 광고를 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총 피해액은 8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수변상가를 분양한 대행사 대표 A씨와 실무자 2인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연간 1000만 관광객", "공실률 0%", "분양 즉시 수익 창출" 등의 허위 정보로 계약을 유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A씨는 "10억 가까운 전 재산을 넣었는데 공실만 3년째"라며 "이재명 지사가 추진한 사업이라 신뢰했는데, 결국 우리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부도 개발에 속은 셈"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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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와 거북섬 전경. [사진=시흥시] |
◆ 반달섬 생숙의 무덤..."일부 오피스텔 전환으로 숨통"
안산시 반달섬 역시 '해양 복합관광지'로 개발되며 7000실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이 공급됐다.
분양 당시 '레지던스형 고급 주거공간'으로 홍보됐지만, 생숙은 주거용 전입이 금지되고 대출이 어려운 시설이었다.
관광객도 기대보다 적어 공실 문제가 심각해졌고, 상당수 수분양자는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파산 위기에 몰렸다.
안산시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일부 단지에 한해 오피스텔 전환을 승인했다.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인테라스 1차'(49층, 2554실)는 전국 최대 규모로 생숙을 오피스텔로 전환한 사례다.
실거주와 대출이 가능해지며 일부는 숨통이 트였지만, 전체 반달섬 생숙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문제는 법적 전환 요건이 까다롭고, 전환 과정에서 수분양자의 동의율, 주차장 확보 등 행정적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상당수 단지는 여전히 방치 상태며, 입주자는 발이 묶인 채 고립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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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 반달섬. [사진=안산시] |
◆ "관광객 1000만명 온다더니" 허상 위의 수요 예측
거북섬과 반달섬의 공통점은 과장된 관광 수요 예측이다. 분양대행사와 시행사는 지자체 홍보를 등에 업고 "서해안 최대 관광지", "연 1000만 명 유입", "레저특구 수익률 보장" 등을 강조하며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그러나 실제 관광객은 예측 수치의 절반도 미치지 못했고, 생숙은 주거로도 관광숙박으로도 수요가 없는 애매한 존재로 전락했다.
관광지로서의 기반 시설이나 지속 유입을 위한 콘텐츠, 교통망이 부족했던 점도 문제였다. 웨이브파크는 일부 여름철 주말 외에는 방문객이 급감했고, 반달섬은 여전히 도심과 단절된 채 외딴 섬처럼 남아 있다.
◆ 민간은 845억원 이익...시민은 부채만
더 큰 문제는 이 구조가 민간 시행사에게는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다는 점이다. 거북섬 개발을 주도한 B건설은 해당 사업으로 누적 845억 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반면 수분양자 다수는 이자를 내며 채무불이행 상태에 몰려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관은 면피하고, 민간은 수익 챙기고, 시민만 피해 보는 전형적인 관-민 유착형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 관계자는 "관광 개발은 민관 협업 사업으로, 분양 과정은 민간 주도"라며 책임을 부인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관광특구란 이름으로 판을 깔아준 주체가 누구인지부터 따져야 한다"며 정책 감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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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수아 인턴기자 = 2025.05.26 geulmal@newspim.com |
거북섬과 반달섬은 단지 개발 실패가 아니다. 공공이 주도하고 민간이 수익을 가져간 구조, 책임 없는 분양 홍보,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인 생숙 문제까지 대한민국 개발 행정의 민낯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피해자들은 묻는다.
"개발은 누구를 위해 있었던 것입니까?"
1141worl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