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일부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이 50도 안팎까지 오르는 등 인도가 사상 최악 수준의 폭염을 겪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폭염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경제에까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 시간)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에 따르면, 인도 북서부 지역 대부분이 현재 극심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델리 일부 지역에서는 전날 오후 5시 30분께 체감 온도가 51.9도까지 치솟았고, 라자스탄 일부 지역을 포함한 북부 지역 기온은 45도를 넘겼다.
인도 기상청(IMD)은 최고 기온이 45도 이상이거나, 40도 이상이고 평년보다 4.5도 이상 높을 때를 폭염으로 정의한다.
IMD는 향후 3일 동안 북서부와 중부 지역의 최고 기온이 큰 변동 없이 유지될 것이며, 이후 2~4도 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IMD의 기상학자 크리슈나 미슈라는 "서부 라자스탄과 북서부 펀자브, 북부 잠무카슈미르와 히마찰프라데시 등 여러 지역에서 폭염이 관측됐다"며 "아라비아해에서 불어오는 남서풍과 벵골만에서 불어오는 남동풍이 인도 북서부 평야에서 합류하면서 13일부터 기온이 다소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디안 익스프레스가 인용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폭염 일수는 2030년까지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델리와 뭄바이, 첸나이, 하이데라바드 등 8개 도시의 폭염이 특히 악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리정보시스템(GIS) 솔루션 제공업체인 에스리 인디아와 국제 개발 컨설팅 그룹인 IPE 글로벌은 9일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서 "장기간의 폭염이 더욱 빈번해지고 불규칙적인 강우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인도 전역에서 2030년까지 폭염 일수가 2.5배 증가하고 극단적 강수(폭우) 현상의 강도가 43%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대기 온도가 상승하면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많아져 폭우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열파와 같은 극단적 고온 현상은 토양과 대기를 건조하게 만든 뒤 갑작스럽게 많은 양의 비를 동반하는 등 날씨 변동성을 키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1993~2024년 30년 동안 3~5월과 6~9월의 극심한 폭염 일수가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동안에만 이러한 현상이 19배 증가한 것은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이 시급함을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델리의 경우 극심한 폭염이 더 이상 여름에만 국한되지 않고 폭우까지 동반될 수 있다며, 구자라트와 라자스탄·우타르프라데시·히마찰프라데시·우타라칸드 등 주(州)의 75% 이상이 10년 안에 지속적인 더위와 불규칙한 비의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예측하기 힘든 집중 호우와 잦은 이상 강수가 반복되면서 농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홍수 등 사회·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11일 비즈니스 스탠다드는 "2024년은 세계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해로, 인도는 극심한 기후 변화로 인해 휴교령 및 보건 경보령 등을 발령했다"며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 또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폭염과 높은 습도로 인해 근로 시간이 단축되면 향후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이 누적 기준 최대 4.5%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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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한 인도 여성이 더위를 피해 얼굴을 가린 채 뭄바이 길을 걷고 있다. 2024.05.16 hongwoori84@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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