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독일이 2일(현지시간) 러시아 원유 불법 수출에 동원되고 있는 그림자 함대(shadow fleet)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발트해(海)를 드나드는 유조선을 상대로 해상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검문에 돌입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러시아의 전쟁 예산을 타격하는 제재 패키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그 핵심이 러시아산(産) 원유 거래가 상한선을 크게 낮추는 한편 그림자 함대의 운항을 강력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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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뉴스핌] 러시아 국영 해운사 소브콤플로트(Sovcomflot) 소유의 유조선 SCF 프리모리호가 지난 2024년 4월 2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독일 해사 당국은 이날부터 독일 북부 페마른섬과 덴마크 남부 롤란트섬 사이의 폭 18㎞의 해협을 통과해 러시아 항구로 향하는 유조선을 상대로 해상 보험 서류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독일 정부는 성명을 통해 "이곳을 통과하는 유조선들이 유럽의 규정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해당 선박은 유럽 전역에서 감시를 받게 되고, (EU의) 제재 목록에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주요 7개국(G7) 등 서방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기습 침략 이후 서방의 보험사들이 유가 상한선(60달러)을 넘는 원유를 운반하는 선박에 대해 보험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회피하기 위해 그림자 함대를 동원해 원유를 교묘하게 수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대 싱크탱크인 KSE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과 유럽이 제공하는 해상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선박이 발트해를 통해 수송한 러시아 원유는 하루 약 69만2000 배럴에 달했다.
그림자 함대의 선박들은 국제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지는 해상 보험사를 이용하거나 아예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된 선박이 동원되는 경우가 많아 해상 사고 등이 잦고, 원유 유출 등으로 해상 오염을 일으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매우 명확하다. 러시아 그림자 함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환경 오염으로부터) 발트해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U 집행위는 지난달 10일 제18차 대러 제재 패키지를 발표했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국제 거래가 상한을 현재 60달러에서 45달러로 낮추고, 그림자 함대 목록에 77척을 추가해 모두 342척으로 확대했다. 또 러시아가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수출할 때 사용하는 노르트스트림 1·2 가스관 이용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