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규정 없는데 공사현장 전수조사 착수
대통령 역린 건드린 '괘씸죄' 처벌 불가피
법령 확대해석으로 처벌가능…이 경우 과잉처벌 논란 일 듯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정부가 잇따른 건설현장 재해를 낸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현장 전수조사를 단행키로 했지만 현행 법령상 처벌할 수 있는 위법 행위도 없는 데다 처벌 근거도 없어 어떤 방식으로 철퇴에 나설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행 법령에서 처벌할 정부가 법률 유권해석을 확대해 처벌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과도한 처벌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 함께 집권 초기 재계에 대해 '군기 잡기'를 위한 본보기성 조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건설업계와 지자체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대통령 지시에 따라 추진하는 포스코이앤씨 건설현장 전수조사는 위법 사실이 일부 드러나더라도 정부 직권으로 등록말소나 영업정지와 같은 처벌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의 사고는 현행 법령에서 등록말소 수준의 중징계는 어려울 것이며 특히 정부가 직권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뤄진 조사인 만큼 국토부가 굳이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제재를 하려면 다른 법률을 유권해석해서 확대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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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이앤씨 사장단이 인천 연수구 포스코이앤씨 송도사옥에서 고속도로 공사 현장 사망사고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
현행 법령에서 공사장에서 발생한 부실시공이나 공사장 인명 사고를 이유로 건설사를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은 건설산업기본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한다. 포스코이앤씨 전국 현장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이번 조사에서는 국토교통부가 담당하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부실시공 여부를 중점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공동으로 건설 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금지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다섯번째 사고 직후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에 건설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다만 국토부가 직접 건설사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없다. 현행 제도에서 건설사에 영업정지나 등록말소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행정청은 정부가 아니라 해당 건설사가 소재한 지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는 법령으로 국토부 장관으로부터 시·도지사에 위임된 부분이기 때문에 국토부가 이 권한을 다시 뺏어오려면 법률을 개정하는 수밖에 없다.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본사가 소재한 경북도에 제재 권한이 있다.
앞서 2022년 7월 광주 학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검단 자이 붕괴사고 등이 잇따라 발생하자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은 건산법 시행령을 개정해 건설사를 국토부가 직권 처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하지만 국토부의 직권 처분 대상은 한 건의 사고에서 3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10명의 부상자가 나온 경우다. 여기에 누적 기준은 없다. 물론 누적 기준을 삽입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은 가능하다. 실제 대통령실은 포스코이앤씨의 5번째 사고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강화를 언급한 바 있다. 다만 헌법상 법률 불소급원칙에 따라 사후 개정된 시행령으로 포스코이앤씨를 제재할 순 없다.
공사 현장 조사에서 국토부가 지자체를 거치지 않고 등록말소 등을 직권처분할 수 있는 위법 사항은 '명백한 안전 관리 미흡으로 인한 부실 시공 또는 건설기계가 전도되는 등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다. 이는 광주학동아이파크나 검단자이 주차장 붕괴사고에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포스코이앤씨의 모든 현장에서 이같은 사고는 없었다. 즉 국토부가 '일벌백계'를 내세우며 포스코이앤씨 현장을 조사하더라도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등록말소나 영업정지를 국토부가 직권으로 내릴 만한 '범죄'는 찾기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처벌을 위해 법령을 확대해석할 가능성도 타진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산법이나 중처법, 산안법과 같은 직접적인 사고 관련 처벌 규정을 담은 법률로는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처벌이 어렵겠지만 다른 법령을 유권해석해 확대해 적용하면 처벌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 지시가 강경한 만큼 국토부로서도 어떻게든 처벌에 나서야 하는데 행정청인 경북도에 처벌을 요청하는 방식이 아닌 국토부가 직권 처분할 수 있도록 법령 해석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도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조사방식이나 조사 결과에 따른 처벌 등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정해진 결론은 없으며 모든 가능성을 놓고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법령을 확대 해석해 그동안 적용되지 않았던 법령을 동원해 처벌할 경우 과잉 처벌이란 지적이 불가피하다. 물론 포스코이앤씨의 잇딴 인명사고는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지만 현행 법률로는 과도한 처벌을 받을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가 언급하고 있는 건설업 면허 등록말소는 더욱 어렵다. 지금까지 건설사가 사고 책임을 물어 등록이 말소된 경우는 1994년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사고밖에 없다. 이 사고로 1997년 동아건설의 건설업 면허 등록이 말소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질타한 바로 다음 날 사고가 발생한 만큼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정부의 분노가 매우 큰 상황"이라면서도 "법령상 처벌기준이 부족한 만큼 '괘씸죄'에 따른 과잉 처벌이란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