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에 현행 2.5억에서 6.27 대출규제 전인 3억으로 완화 요청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시 임차보증금 기준 4억→6.75억 상향도 건의
국토부 "기준 변경 계획 아직...가계부채 축소하는 정부 정책 기조 따라야"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서울시가 ′미리내집′ 수요자에 신혼부부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6·27 대출규제 전 기준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셋값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버팀목 대출 한도가 줄어들며 미리내집 수요자의 현금 보유 부담이 커지면서다.
다만 실행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주택도시기금을 총괄 관리하는 국토부는 기금의 여력이 부족한 데다 가계대출을 축소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를 따라야 한다는 태도를 보여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8일 국토교통부에 미리내집 수요자를 대상으로 신혼부부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현행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송했다. 정부가 지난 6월 27일 발표한 대출규제에 정책대출이 함되면서 신혼부부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한도는 종전 3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축소된 상태다. 서울시는 이 기준을 다시 대출규제 전으로 완화할 것을 요청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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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특별시청 모습] |
이는 대출규제 후 미리내집 신청자가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미리내집은 서울시가 결혼·출산 예정인 부부에게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다. 지난 4월 입주자를 모집한 4차 공고에서 평균 경쟁률 64.3대 1, 최고 경쟁률 759.5대 1을 기록하는 등 정책 수요가 많다. 그러나 6·27 대출 규제 후 이달 진행된 5차 모집 공고에서는 평균 경쟁률이 39.7대 1로 급감했다. 대출 한도가 하향되면서 상대적으로 수요자가 보유해야 하는 현금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울시는 이번 공문에 신혼부부전용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때 대상주택에 적용되는 임차보증금 기준을 기존 4억원에서 6억7500만원으로 확대해달라는 내용도 포함했다. 미리내집 보증금은 시장 가격의 80% 수준으로 책정된다. 이 때문에 시장 가격이 상승하면 미리내집으로 공급되는 주택의 보증금도 함께 오르게 된다. 서울시는 시내 전반에서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격지수는 2023년 5월(91.3)부터 지난달(100.9)까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리내집 공급 가구도 보증금 4억원 이상 주택이 다수다. 지난 5차 모집 공고에서는 공급물량의 약 89%가 신혼부부전용 전세자금 대출과 신혼부부용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이 실행 가능한 임대보증금 범위에서 벗어났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 5월에도 유사한 내용의 공문을 두 차례 국토부에 전송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도권은 타 시·도에 비해 전세가격 평균이 높지만 이에 비해 대출 기준이 낮게 설정됐다"며 "특히 미리내집 수요자들이 정책 대출을 많이 원하고 있고 공공임대주택이 사회적 의의가 있다는 점에서 미리내집에 한해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건의를 국토부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서울시의 건의에 단호히 선을 긋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이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올해 6월 9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2022년 말 28조8000억원, 2023년 말 18조원, 지난해 말 10조1000억원 등 감소세다. 또 국토부는 기금 사용을 저소득서민을 위한 정책에 활용해야 한다고 바라보기 때문에 정책 수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서울시와는 시각이 다르다. 6·27 대출규제에 가계대출을 축소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만큼 이에 반하는 기준 변경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혼부부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한도와 신혼부부전용 전세자금 대출의 임차보증금 기준을 변경할 계획이 전혀 없다"며 "정부 정책 기조는 가계부채와 정책대출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수도권은 비수도권에 비해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며 "현행 이상으로 기준을 완화하기에는 기금 여력이 없다. 기금은 모든 사람의 지원에 사용하는 것이 아닌 저소득서민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