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탕 서울서 10월 25일까지 두번째 내한전
외계생명체 같은 캐릭터, 25년째 작업
핑거 페인팅으로 그린 회화와 조각 출품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마치 외계생명체를 연상시키는 이즈미 카토의 주인공들은 한번 보면 누구나 각인이 된다. 쓸쓸한 듯 보이는 그 캐릭터는 이즈미 카토가 25년 전에 창안한 형상이다. 이 촉촉한 캐릭터로 이즈미 카토는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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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이즈미 카토(Izumi Kato), Untitled, 2025, Oil on canvas. ©2025 Izumi Kato.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025.08.27 art29@newspim.com |
페로탕 서울이 일본 현대미술 작가 이즈미 카토의 개인전을 8월 26일 개막했다. 카토는 지난 2018년 페로탕 서울에서 첫 내한전을 가졌고, 이번이 두번째 한국 개인전이다.
1969년 일본 시마네현에서 태어난 이즈미 카토는 1992년 무사시노 미술대학교(회화 건공)를 졸업한 후 홍콩과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화에서 출발한 그는 목재, 돌 등 자연적 재료를 활용해 원시적이면서도 토템적인 형상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작업은 회화와 조각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새로운 시각적 형상을 제시한다. 카토가 창안한 형상은 예술의 본질과 함께 현대인의 의식 속 자아에 대한 사유를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신작 회화와 조각들이 10여 점 출품됐다. 그의 작품들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인류애적 감수성을 시각적으로 탐색하는 계기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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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Izumi Kato, Untitled, 2025, Oil on canvas, frame, Painting 191.5 × 194.5 cm , Framed 195.5 × 198.5 × 5.5cm. ©2025 Izumi Kato.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025.08.27 art29@newspim.com |
인간과 흡사하게 생긴 카토의 독특한 생명체는 이제 글로벌 미술계에서 꽤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생명체들은 몸통에 비해 머리가 크고, 눈이 유난히 강조돼 있다. 팔과 다리 끝이 모호하게 표현돼 외계 생명체나 자연에 깃든 정령 아닐까 상상하게 한다. 초기에 작가는 이러한 형상을 평면 회화로만 표현하다가, 점차 나무, 돌, 천, 소프트 비닐, 프라모델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입체로도 구현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모노 위에도 작업하는 등 표현영역을 더 넓히고 있다.
이즈미 카토의 독특한 생명체 형상은 단번에 형성된 게 아니라 여러 단계로 변화를 거쳐왔다. 곤충이 일정한 변태 과정을 거쳐 완전한 형태가 되듯, 그의 형상 또한 조금씩 변화한 끝에 마침내 그만의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구축됐다.
일본 토착신앙의 몽환적 형상들 작가는 회화, 조각, 설치 작품뿐 아니라 패션, 공예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작업하지만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기 때문인지 그 중심에는 언제나 회화가 있다. 카토는 아이디어나 개념을 먼저 회화로 구현한 뒤 이를 다양한 재료의 조각이나 설치작품으로 확장해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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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자신의 조각 작품과 포즈를 취한 작가 이즈미 카토.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08.27 art29@newspim.com |
지금의 외계인인 듯한 형상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립됐다. 머리가 크고 눈이 강조되어 있으나 몸체는 유기적이면서 납작하다. 손발은 미분화된 채로 서있거나, 앉아 있다. 때로는 엎드린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얼굴은 무표정하게 정면을 바라보는데, 유독 눈이 크고 눈동자가 표현되지 않아 단박에 교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애처롭고 감상적인 형상은 무언가 말을 거는 듯하다.
캐릭터들은 대체로 홀로 존재하지만, 때론 나무나 꽃 같은 이름 모를 식물이나 동물 등과 어우러져 흥미를 유발한다. 카토는 "나는 늘 작품 제목을 '무제(Untitled)'로 통일해 작품에 대한 해석의 단서를 최소화한다. 모든 의미 부여를 관람자의 상상에 맡기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카토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때 붓을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문질러 그리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신체를 직접 사용함으로써 생명체의 생김새만큼이나 기법 또한 원초적이다. 핑거 페인팅 기법 때문에 물감이 캔버스에 더욱 예민하게 밀착되고, 색의 경계도 흐려진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그 결과 그가 표현한 형상들은 더욱 유동적이고 몽환적 분위기를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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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Izumi Kato, Untitled, 2025, ©2025 Izumi Kato.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025.08.27 art29@newspim.com |
미술비평가인 김이순 전 홍익대 교수는 "카토의 독특한 표현은 일본의 전통적인 민간신앙에 뿌리박고 있는 토템이나 애니미즘에서 비롯한 정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특히 카토의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된다. 그가 태어난 시마네현은 산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일본에서도 신토(神道)의 대표적 성소로 여겨지는 이즈모 타이샤(出雲大社)가 있는 곳이다"라고 평했다.
이즈미 카토는 2000년대부터 일본과 전 세계 각지에서 열린 전시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2007년에는 로버트 스토어가 기획한 제 52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전에 초청받기도 했다. 전시는 10월 25일까지. 무료관람
art2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