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만에 20개 국내 은행장 간담회 진행
소비자보호 위한 내부통제 강화 언급 전망
노란봉투법 통과 따른 하청 고용 변화 불가피
현 정부 정책기조 공유, 은행권 후속 대응 관심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첫 은행장 간담회를 진행한다. 첫 상견례라는 점에서 세부안건에 대한 논의보다는 이재명 정부 주요 금융정책기조를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관리와 금융시장감독 등 전통적인 주제와 함께 소비자보호를 위한 은행권의 내부통제 강화 방안과 노란봉투법 통과에 따른 하청 고용 형태 변화 등도 주요 관심사로 꼽힌다.
이 원장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한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 등을 포함한 시중은행 7곳과 지방은행 5곳, 인터넷은행 3곳 등 20개 국내은행 은행장들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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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5.08.14 yooksa@newspim.com |
이날 간담회는 취임 후 첫 업권과의 만남이다. 지난주까지 내부 업무보고를 마무리한 이 원장은 이날 은행권을 시작으로 내달 1일 보험, 4일 저축은행, 8일 증권, 16일 여신 등 주요 금융권과의 간담회를 이어간다.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예정된 시간도 1시간 가량으로 결정됐다. 첫 상견례 자리고 시간도 짧은만큼 구체적인 개별 사안에 대한 논의보다는 이재명 정부와 금감원의 새로운 금융정책기조를 설명하고 은행권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 하루 전인 27일 조찬 모임을 진행한 5대 시중은행장 역시 첫 만남에서 홍콩ELS 과징금 산정 등 민감한 개별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한 당국 입장을 듣고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
가장 큰 관심사는 소비자보호강화다. 이 원장은 물론 이재명 대통령도 수차례 강조한 사안이다. 금감원의 소비자보호강화 키워드가 조직개편이라면 은행권에서는 금융사고 방지와 사고발생시 은행 책임 범위 확대, 소비자 보호망 강화 등을 총괄하는 내부통제가 핵심으로 꼽힌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올해 1월 책무구조도를 도입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했지만 올해 5대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금액만 95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사고금액 1700억원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민피해가 늘고 있는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등에 대한 은행권 대응 강화도 내부통제 차원에서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고객 책임으로 발생한 피해라 하더라도 은행이 사후 감지에 실패했다면 상당 부분을 보상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 입장이다. 은행의 자발적인 시스템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도 화두다.
국내 시중은행 대부분은 콜센터를 외주(하청) 형태로 운영중이며 관련법(하청법)을 근거로 구체적인 규모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 비정규직 형태로 하청 재계약 여부에 따라 고용이 결정되며 연봉 등 처우도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며 6개월 후에는 하청 직원들이 본청에 직접 노사협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은행권 하청 채용(고용) 형태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상태다.
특히 이 원장이 참여연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취임 직후부터 복수의 시민단체에서 은행권 하청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금감원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금감원이 해당 요청에 공식적인 답변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이번 간담회에서 은행권에 신속한 대응을 강조할 가능성은 충분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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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강태영 농협은행장(왼쪽 위 시계방향), 이환주 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김성태 기업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2025.01.20 choipix16@newspim.com |
이 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업권과의 충분한 소통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은행권 상견례는 무난한 분위기로 흘러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비자보호개선과 내부통제강화, 금융시장 안정 및 주식시장 감시 확대 등 산적한 과제가 적지 않아 이른바 '기선제압'을 위한 강경한 메시지를 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임 이복현 원장의 경우 지난 2022년 6월 20일 취임 약 2주만에 열린 첫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이른바 '이자장사'를 경고하자 곧바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 정부의 '생산적 금융'과 관련된 구체적인 설명과 금감원의 세부 정책 방향 등에 대한 대화가 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충분히 듣고 정부 방침에 맞춰 대응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