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간첩단 사건…"북한 지령으로 통혁당 재건"
재판부 "보안사의 위법 수사, 증거능력 인정 안 돼"
[서울=뉴스핌] 백승은 기자 = 통일혁명단(통혁당) 재건 사건에 휘말렸던 고(故) 김태열 씨가 사형이 집행된 지 4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는 28일 오후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김 씨의 재심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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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는 28일 오후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고(故) 김태열 씨의 재심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
재판부는 "원심 판결 중 피고인(김 씨)에 대한 공소 사실 제1항부터 72항 부분을 파기한다"라고 판시했다.
통혁당 사건은 1968년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대규모 간첩단 사건이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남한에서 반정부·반국가단체 활동을 했다"라고 밝혔다.
이후 1974년 11월 보안사령부는 통일 운동을 하던 김씨와 민주수호동지회에서 활동하던 고 진두현 씨 등이 다시 "북한의 지령을 받고 통혁당을 재건하려고 했다"고 발표했다.
통혁당 재건 사건으로 17명(민간인 15명·군인 2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 씨와 진 씨를 비롯해 박기래·김태열·강을성 씨 등 4명은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재판은 사망한 김씨의 자녀인 김영주 씨가 재심을 청구해 열렸다. 재판에 직접 참석한 김 씨는 선고를 들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재판부는 "보안사 수사관들은 군인이나 군 소속이 아닌 피고인에 대해 수사 권한이 없음에도 위법하게 수사했다고, 영장도 없이 불법적으로 체포해 감금됐다"라며 "원심 공동 피고인도 역시 보안사 수사관에 의해 불법 체포돼 감금 상태에서 위법한 절차를 밟았다"라고 봤다.
아울러 재판부는 김 씨가 법정에서 한 진술 증거 능력 및 증명력과 압수물 및 압수 조서의 증거 능력 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압수 물품인 암호 방법서, 기본 암호표, 통신 조직도 등에 대해서는 "위 압수 물품은 위법한 자백을 기초해 획득한 2차 증거"라며 "설령 일부 증거의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 해도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 없거나 단편적인 것에 불과해 공소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재판장에 있는 자녀 김 씨에게 "억울하게 고초를 겪으며 힘든 세월을 견뎌온 피고인의 가족분들에게 사과와 위로의 뜻을 밝힌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대법원은 김 씨의 원심 공동 피고인인 진 씨와 박 씨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100wi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