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 전환으로 사실상 단독 낙찰 유력
역명판·안내방송까지 브랜드 노출…90% 재계약률 '효과 입증'
'메가스토어 성수' 오픈 앞두고 타운화 전략 가속
IPO·해외 진출과 맞물린 상징적 마케팅 성과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이 곧 '무신사역(Seongsu·Musinsa)'으로 불릴 가능성이 커졌다. 성수동을 거점 삼아 사업을 확장해온 무신사가 관광객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 성수역 명칭까지 확보하게 되면 그간 추진해온 '성수 타운화' 전략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성수역 역명병기 사업을 무신사와의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입찰에는 무신사와 또 다른 기업이 참여했으나 경쟁 기업이 자격 미달로 탈락하면서 사실상 무신사 단독 응찰로 유찰됐다. 이에 교통공사는 관련 규정에 따라 2차 수의계약 절차를 밟기로 했고 무신사가 최종 낙찰자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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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동 소재 무신사 신사옥 건물 조감도.[사진=무신사] |
역명병기는 지하철역 이름 옆에 기업이나 기관의 명칭을 함께 붙이는 제도다. 해당 역 반경 1㎞ 이내에 사업장을 둔 기업만 참여할 수 있다. 낙찰될 경우 기업명은 역명판과 출입구, 전동차 노선도, 안내방송 등에 노출된다. 계약 기간은 최초 3년이며 1회에 한해 6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계약자의 약 90%가 재계약을 체결할 만큼 홍보 효과가 검증돼 있다.
성수역 역명병기 사업은 지난해에도 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당시 CJ올리브영은 초대형 매장 '올리브영N 성수' 개점을 앞두고 성수역 병기권에 도전, 감정가(약 2억 9948만 원)의 3배에 달하는 10억 원을 써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지하철이라는 공공재를 기업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면서 낙찰 3개월 만에 1억 8000만 원의 위약금을 물고 병기권을 포기했다. 이로 인해 역명병기 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도 일었으나 홍보 효과만큼은 뚜렷하다는 평가가 여전히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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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서울교통공사] |
무신사의 이번 낙찰가는 CJ올리브영 당시 제시액보다는 낮은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서울교통공사가 아직 최종 수의계약을 확정하지 않아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성수역은 상징성과 파급력을 고려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역"이라며 "무신사가 단독 응찰로 사실상 확정된 만큼 가격 역시 시장성을 고려한 수준에서 조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이미 성수동을 핵심 거점으로 삼아 빠른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성수동에만 11개 매장과 3곳의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지하 1층~지상 4층, 총 2000평 규모의 초대형 편집숍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를 오픈할 계획이다. 여기에 역명까지 확보하면 성수동을 사실상 '무신사 타운'으로 브랜딩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행보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국내외 사업을 동시에 확장하려는 무신사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무신사는 최근 중국 최대 스포츠웨어 그룹 안타스포츠와 합작법인 '무신사 차이나'를 설립하고 올해 안에 중국과 일본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 예정이다. 내년에는 싱가포르·태국·중동 등으로 진출하고 2030년까지는 미국·캐나다·호주·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 차례로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실적 역시 성장세다.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7% 증가한 3777억 원, 영업이익은 22.6% 늘어난 413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2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성수역 병기권 확보가 브랜드 인지도 상승은 물론,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무신사의 입지를 과시하는 효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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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뷰티 페스타 팝업 스토어 대기줄. [사진=무신사 제공] |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