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랙 제소로 시작된 조사, 4년 만에 마무리
팀즈 독립 판매·가격 조정·상호운용성 강화
"공정 경쟁 회복" EU 판단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유럽연합(EU)의 반독점 조사에서 벌금 부과를 피했다. 자사 협업 플랫폼인 팀즈(Teams)를 오피스365(Microsoft Office 365)와 마이크로소프트365(Microsoft 365) 제품군에서 분리 판매하고, 경쟁사 소프트웨어와의 연동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은 데 대해 EU 집행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 슬랙 제소로 시작된 조사, 4년 만에 마무리
EU 집행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MS가 제안한 시정 조치가 2023년 시작된 반독점 조사의 핵심 우려를 해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19년 슬랙(Slack·현재 세일즈포스 소유)과 독일 알프뷰(Alfview)가 제기한 불만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MS가 팀즈를 오피스 제품군에 끼워팔기(번들링) 방식으로 제공해 사실상 시장 경쟁을 억눌렀다고 주장했다. EU 경쟁당국은 이 같은 판매 방식이 팀즈에 부당한 우위를 제공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경쟁사 시장 진입을 가로막았다고 판단했다.
![]() |
마이크로소프트 로고 [사진=블룸버그통신] |
◆ 팀즈 독립 판매·가격 조정·상호운용성 강화
MS는 EU의 반독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핵심은 팀즈의 분리 판매와 가격 조정, 상호운용성 강화, 그리고 장기적 보장이다.
우선 MS는 오피스365와 마이크로소프트365 구독 서비스에서 팀즈를 제외하고, 이를 별도 독립 상품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팀즈가 빠진 오피스 제품군은 기존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공되며, 팀즈는 독립된 제품으로 별도 가격을 책정한다.
또한 경쟁사 소프트웨어와의 연동성을 강화해 사용자가 팀즈 데이터를 다른 협업 서비스로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슬랙이나 줌 등 경쟁 플랫폼 사용자들이 보다 자유롭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유효 기간 보장도 포함됐다. MS는 팀즈 분리 판매 조치를 최소 7년 이상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상호운용성 강화와 데이터 이전 지원 역시 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 "공정 경쟁 회복" EU 판단
EU 집행위원회는 "MS의 약속이 시장 내 공정 경쟁을 회복할 수 있는 충분한 조치"라며 벌금 부과를 유보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협업 플랫폼 시장에서 정상적 경쟁 환경을 복원하는 것이 이번 합의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조치로 MS는 당장의 거액 벌금을 피했지만, 실제 약속 이행 여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끼워팔기' 관행을 규제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슬랙과 줌(Zoom) 등 경쟁사들은 MS의 양보로 기회를 되찾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협업 툴 선택권이 확대돼 시장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벨기에 브뤼셀 본부 앞에 서있는 EU기 기둥. 2022.09.28 [사진=로이터 뉴스핌] |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