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구금 사태 후 출장·수요 급감
유학생 이동 줄어 탑승률 관리 차질
"단기간 반등 여력 크지 않은 상황"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집단 구금 사태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 강화로 국내 항공사들의 미주 노선 여객 사업이 타격을 입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예약 취소가 확산되면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미주 노선 의존도가 높은 항공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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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주기장 모습 [사진=정일구 기자] |
15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한국과 미국을 오간 여객 수는 379만472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항공사들의 미주 노선 항공권 예약 취소 사례가 지속되는 것으로 파악돼 향후 실제 탑승객 수는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상용 수요가 크게 줄고 있어 항공사들의 경계감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이번 흐름의 직접적인 원인은 이달 초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 구금 사태다.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 컴퍼니)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체류 자격 문제로 현지 당국에 집단 구금됐다가 석방돼 귀국한 사건은 항공 수요 심리에 즉각적인 악영향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강화된 반이민 정책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학생 비자 심사 강화다. 그동안 미주 노선은 방학 때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왔다가 개학에 맞춰 돌아가는 유학생 수요가 출발·도착 균형을 유지하는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흐름이 끊기면서 노선 탑승률 관리가 쉽지 않아졌다는 후문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사태 이후 미국 항공권 예약 취소 문의가 늘었다"며 "특히 단기 출장이나 주재원 가족 방문 목적의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학 기간 미국에서 한국으로 왔다가 개학 때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수요도 눈에 띄게 줄어 탑승률 관리에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며 "여행 수요는 일부 유지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면 언제 줄어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여객 매출에서 미주 노선 비중이 20% 안팎에 달한다. 중장거리 노선 중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편에 속하지만, 최근처럼 탑승률이 떨어지면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 유일하게 미주 노선을 운영 중인 에어프레미아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단기간 내 반등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 또한 최소 수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미주 노선의 급작스러운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대응 방안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미주 노선은 대형기 투입으로 인한 고정비가 많이 들고 장기 계획에 따라 운영되는 만큼 갑작스러운 수요 변화를 맞추기 어려워서다.
항공사들은 우선 마케팅 강화와 프로모션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미주 노선이 흔들리면 여객 사업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며 "현실적으로 당분간은 다른 노선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고, 미주 노선은 다양한 마케팅 방안으로 탑승률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