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사임 표명에 따라 후임자를 선출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22일 공식 공고되며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이번 선거에는 고이즈미 신지로(44) 농림수산상, 다카이치 사나에(64) 전 경제안보담당상, 하야시 요시마사(64) 관방장관, 고바야시 다카유키(50) 전 경제안보담당상, 모테기 도시미쓰(69) 전 간사장 등 5명이 출마했다.
후보들은 이날 오후 소견 발표회를 시작으로 23일 청년국·여성국 주최 토론회, 24일 일본기자클럽 토론회, 전국 지방 유세 등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한다.
투표와 개표는 10월 4일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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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5명의 후보들. 왼쪽부터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국회의원 295표·당원 295표...590표 놓고 경쟁
자민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 295표와 당원·당우 표를 같은 수로 환산한 295표, 총 590표를 두고 경쟁하는 구조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바로 당선이 확정되지만, 과반에 미달하면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른다. 이번 당원 투표 인원은 약 91만6000명으로 전회보다 14만명 줄었다.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는 이시바와 다카이치가 각각 약 20만 표, 고이즈미가 약 12만 표를 확보해 상위권을 형성했다. 의원표에서는 고이즈미가 75표로 최다를 얻었다.
이번에는 이시바 총리가 지난 선거에서 얻었던 표의 향방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가 주요 변수의 하나로 꼽힌다.
◆ 고이즈미·다카이치 양강 구도
5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40대 젊은 정치인 고이즈미와 유일한 여성인 다카이치다. 현재까지는 두 사람의 양강 구도가 뚜렷하다.
아사히신문이 20~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총재로 적합한 인물로 다카이치(28%)가 1위, 고이즈미(24%)가 2위를 기록했다. 자민당 지지층만 놓고 보면 고이즈미(41%)가 다카이치(24%)를 앞섰다.
마이니치신문 조사(20∼21일) 조사에서도 다카이치가 25%, 고이즈미가 21%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니혼TV(닛테레)가 19~20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당원·당우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고이즈미가 32%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다카이치 28%, 하야시 15%, 고바야시 7%, 모테기 5% 순이었다. 아직 투표 대상을 결정하지 않은 응답은 14%였다.
이를 당원표 295표로 환산하면 고이즈미가 95표, 다카이치 83표, 하야시 45표 순이다. 고이즈미와 다카이치의 표 차이는 12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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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왼쪽)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여소야대 현실 속 야당 연계 중요해져
이번 선거에서 흥미로운 점은 고이즈미와 다카이치 두 유력 주자 모두 전회와 달리 기존의 강경한 색채를 다소 누그러뜨리고 '현실 노선'으로 선회했다는 점이다.
다카이치는 과거 주장했던 식료품 소비세율 0% 인하를 이번 공약에서 제외했고, 고이즈미는 해고 규제 개혁과 선택적 부부별성 추진을 공약에서 빼며 보수층 반발을 의식했다.
또한 이번 총재 선거는 지난해와 달리 여당이 중·참의원 모두에서 과반을 잃은 상황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야당과의 연계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고이즈미는 "야당에 폭넓게 정책 협의를 제안하고 여야 합의를 모색하겠다"고 밝혔으며, 다카이치도 "기본 정책이 맞는 야당과는 연립 정권을 구성할 수 있다"고 표명했다. 모테기 역시 "새로운 연립의 틀을 모색해 강력한 정권 기반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정책 면에서도 휘발유 잠정세율 폐지, 소득세 기본공제 재검토 등 야당이 주장해온 방안들이 일부 후보 공약에 반영됐다. 이는 여소야대 국회라는 현실 속에서 향후 정권 운영의 '연착륙'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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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20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총재 선거 후 수일 내 '총리 지명 선거'
지난 총재 선거 직후 당선된 이시바 총리가 취임 8일 만에 중의원을 해산했던 전례와 달리, 이번 후보들은 조기 해산을 일제히 부정했다.
다카이치는 "물가 대책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조기 해산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고이즈미도 "여당이 과반을 잃은 지금은 지난해와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신중론을 강조했다.
의원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선거에서 새 총재가 선출되면 국회에서는 수일 내로 총리를 뽑는 '총리 지명 선거'를 진행한다.
현재 자민당이 국회 내 과반 의석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제1당이고, 야당간 결집이 쉽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자민당 새 총재가 일본의 새 총리에 취임하게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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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19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표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