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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면 놓쳐선안될 '힐마 아프 클린트'展…찬란한 '영성과 지성'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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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클린트의 회화·드로잉 139점 전시
칸딘스키,몬드리안 보다 앞선 추상성 주목
회화의 질서와 감각 흐름 살린 '비서사석 전시'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전시를 관람한 사람은 모두 찬사를 터뜨리는 부산현대미술관의 힐마 아프 클린트전이 성황리에 열리며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관장 강승완)은 '추상미술의 기원'으로 불리는 힐마 아프 클린트(1862~1944)의 작품전 '힐마 아프 클린턴: 적절한 소환'을 열고 있다. 오는 10월2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기획전은 스웨덴 출신 작가로 바실리 칸딘스키, 피에트 몬드리안 보다 먼저 추상의 세계를 열어젖힌 아프 클린트의 회화·드로잉·기록 139점이 출품됐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힐마 아프 클린트, No.1, 그룹 X, 제단화,1915. 캔버스에 유채, 금속박. 237.5×179.5cm [사진=힐마 아프 클린트 재단]. HaK 187. 2025.10.07 art29@newspim.com

이번 전시는 아시아 순회전의 일환으로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 이어 부산서 열리는 힐마 아프 클린트의 대규모 회고전이다. 부산현대미술관은 도쿄 전시와 마찬가지로 아프 클린트의 회화 연작과 드로잉, 기록자료 등 일체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시·출판의 기획과 구성은 달라졌다. 즉 힐마 아프 클린트의 창작 시기를 기본으로 하되, 작가의 사유와 질문을 따라가는 전시로 구성했다. 또 한국추상미술과의 비교, 신지학, 여성주의미술 등 다양한 주제의 글을 포함한 도록을 발간함으로써 아프 클린트의 예술세계가 지닌 사유의 깊이와 맥락을 더욱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지금으로부터 163년 전인 1862년 스웨덴 스톡홀름 근교에서 태어난 힐마 아프 클린트는 당시로는 드물게 여성으로서 정규 미술교육을 받았다. '아프'는 귀족 가문에 부여되는 수식어로,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음을 알 수 있다. 학창시절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며 각광받은 그는 전통회화 양식을 기반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1880년 여동생 헤르미나가 사망하자 깊은 상실감에 빠졌고, 그 후 영적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된다.

자연 형상 너머에 감춰진 보이지 않는 질서와 감각 저 너머의 세계를 깊이 천착하던 아프 클린트는 추상이라는 새로운 예술언어를 개척하기에 이른다. 즉 자연과 과학, 신지학과 인지학 등에서 영감을 받아 보이지 않는 세계와 우주의 질서를 탐구했고, 이를 기하학적 형태와 상징적 색체로 형상화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힐마 아프 클린트, No.7, 성인기, 그룹 IV, 10점의 대형 그림, 1907, 종이에 템페라, 캔버스에 부착. 315×235cm. [사진= 힐마 아프 클린트 재단] HaK 108. 2025.10.07 art29@newspim.com

그러나 당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심했고, 추상을 수용할 분위기도 아니었기에 작가는 1944년 숨을 거두며 '내 추상화들은 사후 20년이 지나 공개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 결과 서양미술사 속 '추상의 기원'은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으로 더욱 공고해졌다. 근래들어 그의 신비하고 상징 가득한 작품들이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등에서의 대규모 회고전을 통해 재조명받으며 '추상의 역사가 다시 쓰여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18년에 열렸던 구겐하임미술관의 힐마 아프 클린트 회고전은 미술관 개관이래 가장 많은 관람객(60여만 명)을 모았고, 지금도 그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이 전시 후 그는 단절된 미술사 속 잊힌 존재가 아니라, 과거와 동시대미술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힐마 아프 클린트 '신전을 위한 페인팅' 10점이 내걸린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전경. [사진=부산현대미술관] 2025.10.07 art29@newspim.com

하지만 부산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선보이며 이같은 단선적 측면만 앞세우지 않았다. 형식과 감각의 교차점에서 힐마 아프 클린트의 작업을 재조명하되, 전시라는 형식 자체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실천적 질문을 동반하고 있는 것.

전시 타이틀인 '적절한 소환'은 작가를 단순히 재조명하거나, 미술사 속에 복권시키는 것에 촛점을 맞추는 방식을 진지하게 짚어보고자 채택된 제목이다. 물론 '소환'은 오랜 기간 미술사의 주변부를 마치 유령처럼 배회했던 상황을 암시한다.

한편 '적절한'이란 단어는 현재 아프 클린트의 이름이 지나치게 호출되고 소비되는 현상을 비판하며 보다 신중하고 책임있는 방식의 호출이 요구됨을 강조한다. 그의 예술은 시대를 앞선 추상성과 더불어 '영성과 과학 사이의 긴장' 속에서 형성된 매우 델리케이트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서사의 낭만주의를 경계함과 동시에, 작가를 소환하는 행위 자체를 전시의 주제로 삼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최상호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힐마 아프 클린트를 '추상회화의 선구자'라고 부르고 그 점에 집중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요약"이라며 "그가 추상화를 남보다 일찍 시작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가 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한 이유, 그리고 어떻게 그를 시도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힐마 아프 클린트, 5인회, 무제, 1908년 2월 5일, 종이에 드라이 파스텔, 흑연. 53×62cm. [사진= 힐마 아프 클린트 재단] HaK 1261. 2025.10.07 art29@newspim.com

◆작가가 마주한 질문에 따라 7개의 장면으로 구성 

전시는 작가의 생애와 작업의 흐름을 따라 총 7개의 장면으로 구성됐다. 자연에 대한 관심과 관찰이 두드러졌던 초기작업부터 중반기 핵심작들과 밀도 있는 후기 수채화까지 망라됐다. 그러나 7개의 장면들은 시간의 순차적 배열에 그치지 않고, 작가가 마주한 질문의 결이 어떻게 변화하고 응축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힐마 아프 클린트의 단아하고 반듯한 초기작업이 집결된 '장면 1. 대면'을 시작으로, '장면 2. 상징의 미로'에서는 신지학과 인지학이라는 사유를 통해 보이지 않는 질서를 탐색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어 '장면 3. 보이지않는 세계'에서는 작가의 대표 연작인 '신전을 위한 회화'을 통해 작가의 사유가 가장 정제된 형태로 구현되는 과정을 조망하고 있다.

'장면 4.단순한 침묵'부터는 '신전을 위한 회화' 이후 전개한 '원자'. '무제' 등 주요 연작과 그에 관한 다양한 기록물을 소개하며, 작품 형식의 변화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색채와 구도의 단순화가 이뤄지는 과정을 추적하고 사후 작품 공개에 대한 지시 등 기록 중심으로 전시가 이어진다. 마지막 '장면 7. 흔적의 직조'에서는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다룬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힐마 아프 클린트가 1907년에 신들린 듯 완성한 높이 3m의 대형 연작 10점. 인간의 일대기를 10점의 작품 속에 녹여낸 역작이자 작가의 대표작이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10.08 art29@newspim.com

힐마 아프 클린트의 초기작들은 식물 초상 풍경 등을 정밀하게 그린 작업이 주를 이룬다. 특히 식물의 구조와 생명의 질서를 포착한 그림들에서 작가의 탁월한 감각이 엿보인다. 이 시기 작업은 작가가 일평생 주력했던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즉 비가시성의 탐구로 이행하는 예술여정의 뿌리를 제공하고 있다.

1898년부터 아프 클린트는 네 명의 여성 예술가와 함께 5인회라는 영적 모임을 구성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신지학 등을 배우고 토론하며 드로잉을 남겼다. 19세기 후반 유럽을 휩쓸었던 '신지학(神智學)'은 신비한 체험이나 특별한 계시를 통해 신의 뜻이나 그와 관련된 지식을 추구하는 학문이다.

이 시기 5인회 회원들은 신비주의 활동을 넘어 집단적인 예술실천과 자동주의 기법 드로잉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당시로선 매우 급진적인 실험이었는데 5명의 여성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영매'였던 아프 클린트는 이후 추상작업을 전개하며 영적 실천과 자동주의 기법을 심화시켰다. 

특기할 점은 작가에게 '유령'은 죽은 자의 그림자나 망각된 존재가 아니라, 아직 도래하지 않은 감각과 인식의 층위를 예고하는 '기호'였다. 눈에 보이지 않으나 느껴지고 호출되곤 하는 영적 세계를 그리려 했던 작가의 작업은 유령성과 깊게 얽혀 있다. 이같은 측면은 전시의 중후반으로 접어들수록 더욱 강렬하게 펼쳐진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스웨덴왕립미술학교를 졸업한 힐마 아프 클린트의 젊은 시절 모습. [사진=힐마 아프 클린트 재단] 2025.10.08 art29@newspim.com

전시에는 태초의 혼돈과 에로스 연작도 나왔는데 작가가 영적 존재로부터 위탁받았다고 주장한 '신전을 위한 회화' 연작의 서막을 알리는 작품이다. 인간의 기원과 생명 탄생 이전 상태를 원형·나선·파동 등으로 구성한 이 연작은 구상과 추상 사이 경계를 넘나들고 전복하며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질서를 창출해내고 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이자 대표작인 '10점의 대형 회화'는 메인 전시실을 꽉 채우며 몰입의 시간을 제공한다. 인간 생명의 흐름과 의식의 진화를 높이 3.15m에 이르는 거대한 화면에 압도적으로 구성한 이 연작은 아프 클린트의 사유가 집약된 작품이다. 작가는 인간 생애를 유아기, 청년기, 성인기, 노년기의 네 단계로 나누고 10점의 회화를 완성했는데 각각의 화면은 알 수 없는 도형들과 알파벳, 화려한 색채가 어우러졌다. 추상과 상징, 언어와 비언어적 흐름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은 작가의 형식실험이 가장 극적으로 구현된 예시이자 향후 작품 구성방식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힐마 아프 클린트, 'No.1, 백조',그룹 IX: 파트 I, SUW 연작, 1914?1915, 캔버스에 유채, 150×150cm. [사진= 힐마 아프 클린트 재단] 2025.10.07 art29@newspim.com

'백조' 연작은 힐마 아프 클린트의 작품 중에서도 매우 매혹적이며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동시에 작가의 상징체계에서 가장 선명하게 이원성과 변화의 과정을 시각화한 연작이기도 하다. 흑과 백의 과감한 대조와 암수 한쌍, 그리고 상하 대칭은 단순한 이분법의 구조를 넘어 상호 침투하고 혼재된다. 이렇듯 도상의 뒤틀림과 전이를 통해 이 천재적 작가는 고정된 상징체계를 보란듯 해체하고, 그 안에서 생성되는 다이내믹한 질서의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후 제작된 '인식의 나무' 연작은 나무의 형상을 통해 의식의 분화와 내면의 확장을 시각화하며 보다 정제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힐마 아프 클린트는 원자, 분자같은 미시세계에도 관심이 지대해 '원자'를 표현한 작품을 여러 점 남겼다. 과학도식의 직관화를 통해 시각적 지성의 또다른 층위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면모라 할 수 있다. 전시에 나온 '원자' 연작은 원소기호나 분자구조를 연상케 하면서도 물리학적 명확성 대신 작가가 감각적 배열을 선택했음을 보여준다.

전시의 대미는 '청색 화첩'이 장식하고 있다. 아프 클린트는 생애 후반기 자신의 회화 연작의 주요 이미지들을 다시 그려넣거나 사진으로 출력한 후 색 배합 비율이나 도상의 의미를 적어넣은 화첩을 제작했다. 회화 제작과정에서 받은 영적 지시들을 끈질기게 병기한 작업으로, 단순한 복기라기 보다는 회화를 또한 번의 인식구조로 조직하고 체계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청색화첩'은 작가의 예술세계가 집대성된 사유의 지침서인 셈이다. 

또한 아프 클린트는 생전에 엄청난 기록을 남긴 '지성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 기록들로 인해 그의 작품은 오늘날 더욱 가치를 얻고 있다. 작가는 조카 에리크에게 작품 1300여 점과 2만6000쪽 분량의 기록을 남겼다. 그가 남긴 스케치북과 공책은 철학적 사유이자 영적 탐구가 교차하는 독립된 실천의 장이다. 이렇듯 아프 클린트는 회화와 글쓰기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시각 이미지와 언어'라는 두 날개를 달고, 보이지 않는 세계를 훨훨 탐색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의 전시전경. 미술관측은 전시장 벽 중 일부를 창문처럼 구멍을 내고, 그 너머로 다른 시기 작품들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사진= 부산현대미술관] 2025.10.07 art29@newspim.com

기호적으로 매우 알쏭달쏭하고, 사유의 밀도가 높은 아프 클린트의 회화는 관람자 각자의 자율적인 해석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미술관은 전시 후반부에 '감각 소환장'을 마련하고 질문지와 감상평을 작성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 공간에서 관람객은 자신의 감상을 환기하고 머무름의 흔적을 남기거나, 자신만의 언어로 전시에 응답할 수 있다. 

또한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도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일종의 '특별 보너스'인 셈인데, 할리나 디르스츠카 감독의 다큐멘터리 '힐마 아프 클린트–미래를 위한 그림'이 전시장 한켠에서 상시 상영된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은 "한 세기 반 이전의 힐마 아프 클린트라는 작가를 21세기 현대미술관으로 소환함으로써, 그를 더 이상 단절된 과거의 작가가 아니라, 이어지는 오늘의 시선과 사유를 재구성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하려는 미술관의 시도가 전시를 보는 많은 이들에게 의미있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오는 10월 2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의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어린이및 청소년 6000원이다. 매주 월요일 휴관.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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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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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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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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