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교황 레오 14세가 첫 해외 순방지로 튀르키예와 레바논을 선택했다.
교황청은 7일(현지시간) 레오 14세가 오는 11월 27일부터 12월 2일까지 튀르키예와 레바논을 순방한다고 발표했다.
교황청은 "교황이 이번 튀르키예 방문 일정 중 하나로 고대 니케아(현 튀르키예 이즈니크)를 방문할 예정이며, 세계 2억6000만명 정교회 신자들의 영적 지도자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와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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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교황에 선출된 레오 14세. [사진=로이터 뉴스핌] |
교황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번 순방이 기독교의 일치를 증진하고, 중동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역사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튀르키예 방문에 대해 "기독교 최초의 세계 공의회였던 니케아 공의회(Council of Nicaea) 17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정교회와 '믿음 안에서의 진정한 일치의 순간'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레바논 방문에 대해서는 "많은 고통을 겪은 나라에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교황은 "자신의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두 나라를 방문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교황이 첫 해외 순방지로 이들 두 나라를 선택한 것은 중동에서 평화와 외교를 촉구하는 호소를 이어가고, 그 지역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자유의 공간이자 공존의 땅으로서 레바논의 역할을 재확인하는 깊은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레바논은 인구 600만명(이 중 200만 명은 시리아 난민) 가운데 다수가 무슬림이지만 공식적으로 인정된 종교 공동체가 18개에 달한다. 그 중 12개는 기독교 교파로 중동에서 가장 높은 비율의 기독교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마론파 교회는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기독교 교파이며 전통적으로 레바논의 대통령은 항상 마론파가 맡는다. 현 아운 대통령도 마론파 교도이다.
레바논과 튀르키예는 레오 14세 즉위 이후 교황청을 방문해 공식 초청 의사를 밝혔다.
레바논의 아운 대통령은 지난 6월 바티칸을 방문했고, 7월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부인 에미네 에르도안이 교황청을 찾았다.
바티칸은 교황과 아운 대통령의 만남에 대해 "두 사람이 중동 전역의 평화 정착을 위한 필요하고 시급한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또 튀르키예의 에미네 에르도안 여사에게는 "첫 해외 순방국으로 튀르키예를 찾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교황은 올해가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이 되는 해임을 언급하며 "튀르키예는 기독교인에게 중요한 나라이며 평화 구축에 있어서도 중요한 가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는 인구의 99%가 이슬람교 신자이지만 이슬람교 탄생 이전에 개최됐던 니케아 공의회는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니케아 공의회는 서기 325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가 소집한 최초의 세계적 종교회의다. 이 회의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성부와 일체라는 기독교 교리가 정립됐다.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한 아리우스파가 이단으로 규정됐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도 바르톨로메오 1세 총대주교의 초청으로 올해 5월 튀르키예를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4월 선종했다.
한편 교황은 레바논 방문을 통해 중동 지역의 평화를 호소하고 4년 전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화학 폭발 사고를 추모하길 원한다고 교황청은 밝혔다.
지난 2020년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서는 대규모 폭발 사고가 발생해 190명 이상이 사망하고 60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교황의 레바논 방문은 지난 2012년 9월 베네딕토 16세가 마지막이었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 역시 오랫동안 레바논 방문을 희망했으나 여러 문제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