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포스트시즌에서 마무리 투수 부재로 고민
SSG, 리그 최강 불펜진답게 경기 후반 안정적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포스트시즌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타격보다 '투수력'이 중요하다는 말이 다시 한번 증명되고 있다. 단기전에서는 한 점, 한 공의 무게가 다르다. 특히 불펜진의 안정감은 곧 시리즈의 향방을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삼성은 지난 11일 인천 SSG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2차전에서 김성욱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으며 3-4로 고개를 숙였다. 9회초 동점을 만들어 분위기를 끌어올렸기에 더욱 아쉬운 패배였다. 이 경기에서 삼성은 '불펜 운용'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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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삼성의 외국인 선발 후라도가 지난 7일 문학 SSG와의 경기에서 8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사진 = 삼성] 2025.08.07 wcn05002@newspim.com |
삼성은 이번 시즌 내내 불펜진에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삼성의 이번 시즌 구원진 평균자책점은 4.48로 10개 팀 중 6위에 해당했다. 이번에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 구원진 평균자책점 1위 SSG(3.36)와는 무려 1이 넘는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부상이었다. 백정현, 김무신, 최지광, 이재희 등 불펜 핵심 멤버들이 줄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시즌 내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승민(평균자책점 3.78), 배찬승(평균자책점 3.91) 같은 젊은 자원들이 버텨주고 있지만 이마저도 힘겹다.
마무리 투수에 부문도 말썽이다. 마무리 투수 자리도 고민거리였다. 시즌 초반 마무리로 낙점된 김재윤이 부진하면서 이호성이 대신했지만,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후반기에 김재윤이 다시 마무리 자리로 복귀했다.
그는 8월에 등판한 14경기에서 세이브 4개를 얻었고, 평균자책점 1.26으로 활약하며 부진에서 탈출하나 했다. 그러나 김재윤은 9월 들어 재차 흔들리면서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48로 주춤했다. 김재윤의 부진으로 삼성은 가을야구를 앞두고 과제를 떠안았다.
포스트시즌 개막 이후 삼성 불펜진은 잠시나마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이승민–배찬승–이호성–김재윤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무실점 릴레이를 펼치며 팀의 숨통을 틔웠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마지막 이닝'이었다. 마무리 자리에 대한 확신이 없자 삼성은 결국 외국인 투수를 카드로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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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마무리 투수 김재윤. [사진 = 삼성] |
정규시즌 4위를 차지해 5위 NC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 삼성은 2차전에서 2-0으로 앞선 8회초 2사 상황에서 헤르손 가라비토를 마운드에 올렸다. 가라비토는 1.1이닝을 무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팀을 준PO로 이끌었다.
SSG와의 준PO 1차전에서 박진만 감독은 정공법을 택했다. 삼성은 5-2로 리드하던 9회말 김재윤을 투입했다. 김재윤은 최지훈을 1루수 땅볼로 유도한 뒤 류효승과 이지영을 각각 헛스윙 삼진, 좌익수 뜬공으로 깔끔하게 막아내면서 팀의 리드를 사수했다.
하지만 박진만 감독은 2차전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은 9회말 4차전 선발로 예고된 아리엘 후라도를 마운드에 올리며 '에이스 카드'를 조기에 꺼낸 것이다. 그러나 후라도는 첫 타자 최지훈을 잡은 뒤 김성욱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고개를 숙였다. 원래 계획은 최대 2이닝을 던지는 것이었지만, 단 한 방에 모든 계획이 무너졌다. 후라도의 실점은 삼성 불펜의 구조적 불안을 다시 드러낸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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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SSG의 불펜 노경은이 지난 2일 문학 키움전에 8회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사진 = SSG] 2025.09.02 wcn05002@newspim.com |
반면 SSG는 여유가 있었다. 정규시즌 내내 리그 최강 불펜으로 평가받은 팀답게 가을야구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이로운, 노경은, 김민, 조병현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는 '리그 최강 뒷문'이라 불릴 만하다. 준PO 2번째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 조병현이 1실점 했을 뿐, 나머지 투수들은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7회를 책임지는 노경은은 KBO리그 최초로 3시즌 연속 30홀드와 홀드왕 2연패를 달성했고, 40살이 넘는 나이에도 77경기에 출전해 평균자책점 2.14로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그 기세를 준PO에서도 이어가 3.1이닝 2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8회를 책임지는 이로운은 이번 시즌 75경기에 출전해 6승 5패 3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99로 완벽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는 이번 준PO에서도 2경기에 모두 출전해 2.1이닝을 완벽하게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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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의 마무리 투수 조병현. [사진 = SSG] |
마무리 투수 조병현은 더 대단했다. 시즌이 마무리되는 9월 체력적으로 약간의 힘든 모습을 보였지만 69경기 출전 5승 4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1.60으로 이번 시즌 모든 팀의 마무리 투수 중 가장 기복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준PO에서는 1차전에서 무실점으로 막았고, 2차전에서 1실점 허용해 블론세이브를 기록했지만, SSG 이숭용 감독의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양 팀은 SSG의 홈구장인 인천에서 나란히 1승씩을 주고받은 뒤 이제 삼성의 홈인 대구로 향한다. 1, 2차전 기대하지 않았던 삼성의 선발 최원태, 헤르손 가라비토와 SSG의 김건우가 호투를 펼치면서 불펜의 안정감이 더욱 중요해졌다.
3차전 양 팀은 에이스인 드류 앤더슨과 최원태를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정규시즌에서도 두 선수 모두 안정감 있는 피칭을 보여준 만큼, 이번 3차전의 승부는 결국 '누가 불펜을 잘 운영하느냐'로 귀결될 전망이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