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200만을 넘어 3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명절 연휴 '보스'가 2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넘긴 가운데 애니메이션, 재개봉 작품 등 다양성 영화가 주목받으면서 극장가 풍경이 180도 달라졌다.
13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쩔수가없다'는 263만 관객을 넘어서 300만 돌파를 향해 순항 중이다. 앞서 베를린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를 거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기대를 모았던 작품으로, 조금 느리지만 확실한 입소문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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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한 장면. [사진=CJ ENM] |
'어쩔수가없다'는 그간의 박찬욱 감독작 특유의 예측 불가한 이야기와 여운을 배가시키는 디테일한 설정에 보다 대중성이 가미된 이야기로 N차 관람객들을 극장으로 이끌고 있다. 극중 실직하고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만수(이병헌)의 고저택, 직업, 취미 등을 둘러싼 설정을 두고 관람객들의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미리(손예진), 아라(염혜란) 등도 다채로운 캐릭터성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추석을 겨냥해 개봉한 유일한 작품 '보스'도 연휴 동안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 달성에 성공했다.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8일 연속 정상을 유지했으며 의외의 입소문으로 장기 흥행 시동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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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의 한 장면.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
'보스'는 조직의 미래가 걸린 차기 보스 선출을 앞두고 각자의 꿈을 위해 서로에게 보스 자리를 치열하게 '양보'하는 조직원들의 필사적인 대결을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전통적으로 명절 연휴에 흥행을 이어온 범죄 액션에 코미디를 결합해 다양한 세대의 관객들이 편안하게 웃으며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란 점에서 많은 발길이 극장으로 이어졌다.
코로나 이전 극장 호황기를 지나 몇년 전만 해도 여름, 추석 연휴 성수기를 노리던 신작 영화 개봉이 뚝 끊어졌단 점에서 영화관에도 새로운 풍경이 찾아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명절 연휴에 두 세편의 대작 영화가 개봉하고 한 편당 300만, 400만 관객들이 찾아오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아바타' '대부' 같은 시네마틱한 경험에 초점을 맞춘 과거 흥행작이 재개봉하는가 하면, 대중성보다 작품성, 예술성에 무게를 둔 영화들이 의외로 주목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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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포스터. [사진=소니 픽쳐스] |
개봉 3주차에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극장가 흥행 다크호스로 떠오른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어느 정도 흥행성을 인정받은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13일 기준 183만 명이 관람하며 200만 돌파를 앞둔 가운데 아이맥스, 4DX, 돌비시네마 등 다양한 특수관 상영 포맷으로 애니메이션 팬들의 N차 관람이 이어지고 있다. 곧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에 이어 올해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중 두 번째로 2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전 세계 누계 발행 부수 3000만 부를 돌파한 후지모토 타츠키의 만화 '체인소 맨'의 인기 에피소드 '레제편'을 영화화했으며 일본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 MAPPA가 제작을, 요시하라 타츠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일본 음악계를 대표하는 요네즈 켄시와 우타다 히카루가 OST에 참여하며 일본 대중문화 마니아들의 선택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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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한 장면.[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실사 외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고 천재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이 메가폰을 잡은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주목할 만하다. 13일 기준 36만여 관객이 관람하며 확실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과거를 뒤로 하고 망가진 삶을 살던 '밥 퍼거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자신의 딸을 납치한 16년 전의 숙적 '스티븐 J. 록조'(숀 펜)를 쫓는 추격 블록버스터 영화로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사건 전개와 스피드감이 일품인 작품이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특히나 개봉 이후 예매율이 꾸준히 상승하며 흥행 역주행에 성공하고 있단 점에서도 이목을 끈다. CGV 골든에그 지수 94%, 롯데시네마 관람객 평점 9.1점 등 압도적인 평점을 유지하며 실관람객의 높은 만족도를 입증하는 한편, 현재 미국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은 듯한 영화 속 설정에 매 장면 소름이 끼친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몰입감 미쳤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전개에 혼이 나감"(CGV_행*********), "이게 시네마지 영화관의 존재의의를 다시금 깨닫는 작품"(CGV_옴***), "명작이란 이런 건가 싶다 꽉 찬 육각형 같은 영화"(CGV_영********) 등의 긍정적인 실관람객 후기들이 시네필들을 극장으로 이끌고 있단 평가다.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뚜렷하지만 이달엔 긴 연휴 덕에 지난 9월 752만여 명 수준이었던 월 관객수가 10월 중순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659만여 명을 넘어섰다.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주말 동안 집계한 관객수도 122만을 웃돌며 모처럼 다양한 장르 영화가 두루 사랑받는 경향을 보였다.
한 영화 관계자는 "한 작품만 유난히 잘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화들이 사랑받았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영화 선택이 확실히 달라졌다"면서 "개봉 초기에 관객이 몰리지 않고 천천히 입소문이 난 뒤에 꾸준히 관객들이 늘어나는 점도 최근 극장가의 달라진 경향"이라고 말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