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예상 후보들 오 시장 공격 총력전
갤럽 이어 진보 여론조사꽃서도 야에 뒤져
인지도 낮고 악재 쌓여...오, 중도성향 강점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공격에 올인하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라는 판단에서다. 총력전에 나섰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다. 야당에 밀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온다. 인물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데다 여권의 잇단 무리수에 따른 반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비상이 걸렸다.
당내에서 5, 6명의 후보군이 뛰고 있지만 일각에서 김민석 총리나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차출론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는 명망 있는 기업인 출신 인사 영입론까지 나온다. 그만큼 민주당의 고민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서울은 상징성이 크다. 수도인데다가 정치의 중심지다. 게다가 서울시장 자리는 대선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전국적으로 압승해도 서울에서 패한다면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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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박주민·박홍근·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홍익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 정원오 성동구청장. [사진=뉴스핌DB] |
민주당의 예상 후보들은 오 시장 공격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후보 차출론이 나오는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서울 구로의 새벽 인력시장을 찾아 "왜 그렇게 어리석게들 (일을 하느냐)"이라며 "몇 푼 되지도 않는데, 이런 기본적인 것은 유지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새벽 일자리 예산 1억 5000만 원을 내년에 다 삭감하겠다고 통보가 왔다는 말을 듣고 이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서울시는 즉각 반박했다. 서울시는 해명 자료를 통해 "사업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새벽 일자리 사업 내실화를 위해 실적이 우수한 자치구에 보다 많은 혜택이 가도록 사업 구조 개선안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일찍이 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주민 의원은 최근 MBC 뉴스하이킥 등 방송에 출연해 "숙원사업들이 오 시장에 막혀 진행이 안 되고 있다. 시장을 위한 시정을 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젠 시민을 의한 시정을 펼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내 인사로는 안된다'는 것은 '오세훈이 세다'는 선입견 탓으로 자신있다"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명태균 사건'을 거론하며 "오 시장이 서울시장 5선에 도전하는 이유는 명백해 보인다"며 "자신의 범죄 행각을 서울시장이라는 외피로 감싸고, 자신에 대한 수사를 야당 시장에 대한 정권의 정치 탄압이라고 호도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때리기에 예상 후보들은 물론 사실상 당까지 적극 나서고 있다.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을 규명해야 할 검찰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며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명태균) 사건을 넘겨받아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오 시장은 즉각 반박했다. 오 시장은 입장문을 통해 "지선 국면에서 특검을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노골적인 의도"라면서 "의혹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공격하는 (민주당) 정치에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고 했다.
오 시장은 강북 지역의 지지부진한 주거정비 사업에 대해 선공을 폈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무엇보다 안타깝게 느끼는 곳은 장시간 주거 정비사업의 시계가 멈춰버린 강북 지역"이라며 "강북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던 많은 정치인이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고 민주당 예상 후보들을 겨냥한 것이다. 시장 후보군에 들어 있는 전현희 최고위원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0년씩이나 재개발 사업의 주무 책임이 있는 서울시장을 하신 분이 남 탓을 시전하니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렇듯 민주당이 총력전을 펴지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여론은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 2일 한국갤럽이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 9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서울에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42%로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43%)에 1%포인트(p) 차로 밀린 것이다. 서울 지역 정당 지지도(민주당 39%, 국민의힘 31%)와는 완전 딴판이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9.9%다.
진보 유튜버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꽃 조사에서도 서울에서는 야당 지지율(ARS 조사기준)이 49.2%로 여당 지지율 47.3%에 비해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이 응답했으며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응답률은 2.7%다. 두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당에 불리한 여론 흐름은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야로 물어보지만 답하는 유권자는 후보군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오 시장의 인물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인지도가 높고 여기에 오 시장의 정치적 성향도 무시할 수 없다. 국민의힘 출신이지만 보수색이 강하지 않고 중도 색채를 가미하고 있어 중도층에 일부 어필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여권의 잇단 헛발질도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국 사면과 과도한 조희대 대법원장 공격 등 삼권분립 침해 논란,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체포와 석방 파동, 김현지 대통령실 제1 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출석 공방 등의 악재가 쌓였다. 중도층의 여론에 영향을 미칠 이슈들이다.
여권의 '내란 종식' 프레임 집착도 여론에는 긍정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도층에는 어필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다 구속된 마당이라 내란 프레임이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 적어도 서울에서는 유효 기간이 거의 끝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내란 프레임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려 하지만 과연 그때까지 그게 먹힐지는 의문이다. 지금같은 전략으로는 서울의 여론 흐름이 크게 바뀔 것 같지 않다. 중도층 공략 카드가 마땅치 않다. 민주당의 고민 포인트다.
leej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