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노태우 300억' 노소영 재산기여 인정한 2심 잘못"
경주 APEC CEO 서밋 성공 개최 '총력'...AI 투자 가속화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세기의 이혼 소송'에서 16일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최 회장과 SK그룹은 일단 한 숨을 돌리게 됐다. 만약 이날 대법원이 원심대로 1조3000억원 규모의 재산분할을 확정했을 경우 당장 최 회장은 SK 등 일부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현금을 마련해야 했었다.
과거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겪은바 있는 최 회장 입장에선 지분율이 17.9%에 달하는 SK㈜ 지분 처분에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었다. 향후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최 회장의 SK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이 예상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배구조 리스크에서 일단 벗어난 최 회장과 SK그룹은 현재 진행중인 인공지능(AI) 관련 여러 프로젝트와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사업 재편) 작업에 한층 집중할 전망이다.
당장 최 회장은 이달 말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CEO Summit(서밋)의 성공적 개최 준비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 회장은 APEC CEO 서밋 의장을 맡아 APEC CEO 서밋의 성공적 개최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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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오른쪽)과 샘 올트먼 OpenAI CEO(왼쪽) 등 양사 경영진들이 이달 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메모리 공급 의향서(Memory Supply LOI)와 서남권 AI DC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SK] |
지난 10~12일에는 중국을 찾아 정부 고위 인사들과 면담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회의에 참석해 APEC CEO 서밋 협조를 요청했다. 이번 APEC CEO 서밋에 1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기업 대표단을 이끌고 참가할 예정인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의 런홍빈(任鴻斌) 회장을 만나 행사의 성공적 개최와 성과 창출을 위한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APEC 회의 준비와 함께 SK그룹은 현재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투자에도 한창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700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도 참여한다.
이달 초 SK그룹은 오픈AI와 메모리 공급 및 서남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 설립·운영 등에 관한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에 본격 참여키로 했다.
이번 판결은 SK그룹이 작년부터 추진 중인 사업구조 재편 작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K그룹은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재무 부담과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고,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그룹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34%에서 올해 6월 103%까지 안정화됐고, 순차입금도 같은 기간 83조원에서 71조원으로 줄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1조원 넘는 재산분할 리스크에서 벗어난 SK그룹과 최 회장이 그룹 사업 재편 및 AI 대응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AI·반도체 중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좀더 나서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 변호인측은 이날 판결 직후 "특히 SK그룹이 노태우 정권의 불법 비자금이나 지원 등을 통해 성장했다는 부분을 두고, 대법원이 이를 부부 공동재산의 기여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러한 점으로 인한 일각의 억측이나 오해가 해소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