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카타르, 인도, 인도네시아, 이집트가 이미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2036년은 아시아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지만, 일부 유럽 국가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주는 지난 2월 28일 대한체육회 대의원 총회에서 서울을 제치고 국내 유치 후보도시로 선정됐다. 전라북도는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었으나 '비수도권 연대'를 앞세워 '거함' 서울을 제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전주가 내세운 2036 올림픽 지방분산 유치안은 인프라 부족과 국제적 인지도 결여로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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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10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IOC 국제컨퍼런스에서 첫 번째 연사로 나서 '1988 서울에서 2018 평창까지'란 주제로 한국의 올림픽 운동에 대해 연설하고 있는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사진=윤강로] 2025.10.17 zangpabo@newspim.com |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전주 공동 유치로 전격적인 방향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서울은 1988년 올림픽 개최 경험과 세계적 인프라, 국제적 브랜드를 두루 갖춘 도시이다. 전주는 전통문화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두 도시의 결합은 기술력과 문화적 다양성을 동시에 어필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 IOC의 달라진 입장…하이브리드 유치전
커스티 코번트리 신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올림픽 유치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 그리고 IOC 위원들의 직접 참여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올림픽 개최 도시는 기존의 경쟁 입찰 방식이 아니라 대화 기반의 상시 협의를 통해 결정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하이브리드 방식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미래유치위원회(FHC)가 후보 도시와 상시 협의를 통해 우선 협상 도시를 선정한다. 타깃 도시가 되면 심층 협상에 들어간다. IOC 전체 위원이 직접 도시를 방문하고 평가한다. 이후 복수 도시를 총회에 상정해 찬반 투표를 통해 최종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IOC 위원들과 직접 접촉을 통한 외교적 설득력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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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근대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증손녀인 알렉산드라 쿠베르탱(왼쪽)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포즈를 취한 윤강로 원장. 둘은 IOC 문화 및 올림픽 헤리티지 위원을 같이 맡고 있다. [사진=윤강로] 2025.10.17 zangpabo@newspim.com |
◆ 서울-전주 공동 유치의 시사점
올림픽 유치전은 단순한 도시 간 경쟁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와 K컬처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파급력을 확인하는 올림픽 문화외교의 총체적 경연장이다.
이에 따라 전주가 기득권을 주장하기보다는 유치에 성공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게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 서울-전주 공동 유치는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전략적 이점을 제공한다. 유치에 성공한 뒤 도시간 전략적 분산 개최를 통해 원래 뜻한 바를 이루면 되는 것이다.
좀 멀리 나간 느낌은 있지만, 같은 맥락으로 필요하다면 평양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IOC는 한반도 평화에 주목한다. 세계 평화는 미래 비전이다. 평양에서 북한의 인기종목 몇 개를 개최하면 되니 크게 어려운 방법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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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2022년 10월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회(ANOC) 총회 후 토바스 바흐 당시 IOC 위원장(왼쪽)으로부터 쿠베르탱 메달을 받은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원장. [사진=윤강로] 2024.07.30 zangpabo@newspim.com |
◆ 지방분권화보다 IOC 친화적 전략 전환 시급
전주는 체육회 총회를 통해 국내 유치 후보도시로 선정됐다. 그러나 여태 IOC에 공식 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도 아니다. 정부 승인을 얻어 이 달 중 제출할 계획이란 보도만 나와 있을 뿐이다. 이는 카타르, 인도, 인도네시아에 비해 몇 걸음 늦은 상태이다.
게다가 지방분권화에 방점을 찍는 단독 올림픽 유치안 고수와 현재까지 보여준 소극적 접근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탈락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보다 공격적이고 IOC 친화적인 전략 전환 없이는 우리나라의 두 번째 하계올림픽 유치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36년 올림픽 개최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 비전과 문화적 정체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을 갖게 되는 것이다. 서울-전주 공동 유치로 전략적 전환과 국제 외교력 강화는 대한민국이 이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체육계, 문화계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IOC 문화 및 올림픽 헤리티지 위원 △세계스포츠영화제국제연맹(FICTS) 특임 대사 △2022년 IOC 쿠베르탱 메달리스트 △대한체육회 고문 △몽골 국립올림픽 아카데미 명예박사 △중국 인민대 전 객좌교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전 국제사무총장 △2008년 제16차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공로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