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림 실험'의 교훈…내부선 "시장 과대평가"
"외형 아닌 경험 경쟁 시대" 내부 공감대 형성
성능·AI 중심으로 전환…S26 개발 초점 이동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삼성전자가 초슬림 스마트폰 '갤럭시 엣지'를 단종하기로 하면서, 내부에서는 이번 실험을 둘러싼 진단과 전략 재정비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초슬림보다 성능을 우선시하는 흐름을 간과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삼성은 두께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본질적 경쟁력 강화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20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 내부에서는 엣지 모델 중단과 관련해 슬림폰 시장을 과대평가했다는 진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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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25 엣지 [사진=뉴스핌DB] |
삼성은 지난 5월 '슬림 트렌드' 확산에 맞춰 엣지를 전략적으로 공개했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배터리 용량이 작고 가격은 프리미엄급에 근접해 '얇지만 애매한 폰'으로 평가받았다. S25 시리즈를 이미 올해 초 선보인 상황에서 뒤늦게 엣지가 출시된 것도 판매 부진 요인으로 지적된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가벼운 초슬림폰을 내놓으면서도 기존 기능을 모두 유지하려 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며 "특히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배터리 용량을 카메라 2대로 만회하려 한 것이 결과적으로 정체성을 흐렸다는 것이 내부 중론"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반성 기류 속에서 삼성은 스마트폰 전략 전반을 재정비하고 있다. '얼마나 얇은가'보다 '얼마나 오래, 편하게 쓰는가'로 초점을 옮기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내년 발표할 S26 시리즈부터는 디자인보다 사용자 경험, 인공지능(AI) 최적화 같은 실질적 완성도를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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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 강남에서 열린 갤럭시 신제품 S25 엣지 미디어 브리핑 후 취재진들이 제품을 살펴 보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다만, 내부 분위기는 단순히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개발을 마친 제품이 출시 직전에 취소되면서 상당수 구성원이 허탈감과 아쉬움을 느끼고 있어서다. 특히 직원들의 우려는 출시 일정 지연 가능성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급작스러운 라인업 변경으로 품질 확보와 일정 준수 사이에서 부담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개발 완료된 제품이 막판에 취소되면서 직원들의 의욕이 저하된 상태"라며 "출시 계획이 바뀌면서 세트 주문 등을 모두 다시 해야하는 상황으로 출시 일정 맞추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라고 털어놨다.
한편, 이번 결정을 두고 내부에서는 장기적 경쟁력 확보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히 한 라인의 실패가 아니라, 삼성 스마트폰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AI 기능이 스마트폰에도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소비자 니즈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초슬림폰처럼 외형 중심의 혁신보다 AI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 발열 제어, 배터리 효율 등 실사용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이 삼성의 미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내부의 공감대다.
이 같은 내부 진단 속에서 S26시리즈는 두께 경쟁이 아닌 사용자 경험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AI 최적화가 개발의 핵심 요소로 부상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이 불필요한 실험 대신 핵심 가치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모바일 업계 관계자는 "엣지 출시 중단은 삼성의 현실 감각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경쟁사 움직임에 따라 급히 내놓은 모델이었지만, 빠르게 정리한 것은 시장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