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거물들 FOMO로 딜 부추겨
매출 전망과 지출의 심각한 불균형
순환적 자금 구조로 버블 양산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오픈AI가 빅테크와 연이어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 상승을 부추긴 가운데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자존심을 이용한 경쟁을 부추기는 한편 스스로를 망하면 안 되는 기업, 즉 대마불사(too big to fail)로 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씨티그룹이 AI 인프라 확장과 대규모 투자에 나선 오픈AI의 현금 부족 위험을 경고한 상황과 맞물려 월가의 관심을 끈다.
지난 1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백악관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와 함께 5000억달러 대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 젠슨 황 엔비디아 수장은 아시아 지역에서 설날을 지내고 있었다.
젠슨 황의 속내를 잘 아는 측근들은 그가 올트먼과 함께 이 같은 거대한 딜을 직접 발표하고 싶어 했다고 말한다. 그는 엔비디아를 이끌며 오픈AI의 성장을 뒷받침한 AI 칩을 공급한 장본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엔비디아는 비밀리에 오픈AI에 유사한 프로젝트를 제안했는데, 사실상 소프트뱅크를 배제하고 새로운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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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 |
관련 협상은 지난달 엔비디아의 산타클라라 본사에서 발표된 1000억달러 딜로 결실을 맺었고, 젠슨 황은 이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컴퓨팅 프로젝트'라고 의미를 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트먼이 젠슨 황에게 의도적으로 이른바 FOMO(fear of missing out, 놓칠까봐 두려워하는 심리)를 일으킨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모양새가 됐다고 판단했다.
이후 FOMO는 급속하게 전염됐다고 신문은 주장한다. 최근 2개월 사이에만 오라클(ORCL)과 AMD(AMD), 브로드컴(AVGO)가 오픈AI와 딜을 결정했다는 것.
투자자들은 관련 종목에 공격 베팅하며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WSJ는 냉소적인 목소리를 냈다.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자존심을 건드리는 올트먼의 전략에 넘어가 수익성과 거리가 먼 스타트업의 성공에 베팅하고 나선 꼴이라는 지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올트먼은 최근 직원들에게 2033년까지 250기가와트 규모의 컴퓨팅 용량을 구축한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월가는 이를 달성하는 데 10조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독일과 같은 중간 규모의 국가에 전력을 공급할 만큼의 규모라는 얘기다.
오픈AI는 2025년 예상 매출액을 130억달러로 제시했다. 투자은행(IB)의 계산에 따르면 이는 엔비디아와 오라클 거래만으로 체결한 6500억달러 규모 컴퓨팅 비용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AMD와 브로드컴, 마이크로소프트(MSFT) 등 다른 클라우드 업체들과 계약까지 고려하면 비용은 1조달러에 가까워진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일부 파트너들은 오픈AI가 칩 가격을 지불하도록 지원하고 있어 수요를 부풀리는 소위 순환적 거래 구조를 일으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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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엔비디아는 최대 1000억달러 투자권과 대출 보증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AI 시장이 실제 수요보다 인위적으로 부풀려질 위험이 크다고 우려한다.
AMD도 마찬가지. 미국 언론에 따르면 AMD는 오픈AI가 최대 6기가와트 용량을 구매하는 데 수백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으로 협상을 가졌고, 리사 수 최고경영자는 AMD의 미래 주식 중 최대 10%를 내줄 의향을 밝혔다.
이는 사실상 오픈AI에 엄청난 보조금을 주는 것이나 다름 없는 제안이었다. 양사는 10월 최종 딜을 발표했다.
곧 다른 소식이 이어졌다. 브로드컴이 오픈AI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새로운 칩과 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합의했다는 것.
양측은 2024년 초부터 칩 부문에서 협력해왔지만 엔비디아의 발표 이후 협상이 가속화됐다고 소식통은 말한다. 브로드컴이 오픈AI에 10기가와트 컴퓨팅 용량을 제공하기로 한 대목도 엔비디아의 거래 규모와 보폭을 맞춘 셈이라는 해석이다.
주요 외신들을 통해 전해진 빅테크와 오픈AI의 계약 규모는 최소 6500억달러에서 최대 1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와 오라클의 거래가 각각 3500억달러와 3000억달러로 알려졌고, 그 밖에 AMD와 브로드컴의 거래 규모가 수 백억 달러에 달한다.
사실상 이들 빅테크의 운명이 오픈AI의 성공 여부와 묶이면서 오픈AI가 '대마불사' 기업으로 부상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WSJ은 지적한다.
계약이 체결된 연평균 컴퓨팅 비용이 600억달러를 상회, 올해 예상 매출액 130억달러보다 네 배 이상 높고, 2033년까지 장기 목표 역시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점에서 AI 버블 경고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IT 업계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수장은 올트먼의 계획을 신뢰하기 힘들다며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다.
올트먼의 비즈니스 전략을 둘러싼 의구심이 고개를 들면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의 결정이 새삼 회자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초기 독점 클라우드 제공 업체였지만 올트먼의 무제한 확장 요구에 나델라는 퇴짜를 놓았다.
그는 팟캐스트를 통해 "어느 시점에서는 공급과 수요가 맞아떨어져야 한다"며 "공급 측면에서 스스로를 과장하면서 실제로 고객들에게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면 완전히 궤도를 벗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