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과 일본이 조선업 분야에서 손을 맞잡았다. 28일 도쿄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과 연계해, 가네코 야스시 일본 국토교통상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협력 각서에 서명했다.
표면적으로는 산업 협력의 일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의 조선 능력 확장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핵심은 조선소 현대화와 기술 혁신, 인재 육성이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활용한 조선 효율화부터 시작해, 선박 설계와 부품 생산 과정에서의 상호 호환성도 높일 계획이다. 사실상 미일 간 '차세대 조선 표준'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일본의 기술력과 경험을 통해 자국 조선 산업의 기반을 되살리려 하고, 일본은 이를 계기로 대미 투자 확대와 기술 경쟁력 회복을 노리고 있다.
양국이 협력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의 거센 부상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세계 조선 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중국으로 넘어갔다. 건조량 세계 1위에 더해, 가격 경쟁력에서도 중국은 일본보다 약 20%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조선업은 사실상 붕괴 상태에 가깝다. 연간 상선 건조 능력은 몇 척에 불과하고, 군함 역시 건조 지연이 잦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0.2% 수준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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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미국 조선업 부활"을 내세워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료 부과 등 보호 조치를 취해왔다. 그러나 근본적인 생산 기반이 부족한 미국은 일본, 한국 등 동맹국의 협력 없이는 산업 복원이 어렵다.
이번 미일 협력은 바로 그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다. 미국은 일본 조선소를 활용해 자국 함정의 정비나 군·민 겸용 선박의 공동 건조를 추진하려 한다. RORO선(화물 트레일러 탑재형 선박)이나 컨테이너선 등 유사시 활용 가능한 해운 네트워크를 강화하려는 구상도 담겨 있다.
일본의 조선업은 여전히 세계 3위지만,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2004년 36%에 달했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4년 13%까지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2035년까지 생산량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내걸고 기술 혁신과 생산 설비 투자를 추진 중이다.
이번 미일 조선 협력은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다. AI, 에너지, 반도체와 더불어 태평양 동맹의 전략적 공급망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축이다. 중국의 조선 주도권과 해상 물류 지배력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안보의 '조선 버전'이라 할 만하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