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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팍'이 픽한 한국작가 정희민,세계적 거장 호안 미로와 나란히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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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데우스로팍 서울,정희민·미로 개인전 동시개최
11월21일~2026년 2월7일, 1,2층서 각각 열려
정희민 '번민의 정원', 호안 미로 '조각의 언어'전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38살의 한국의 미술가 정희민(Heemin Chung)이 세계적 거장 호안 미로(Joan Miró, 1893~1983)와 나란히 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어빙 펜이 1948년 스페인 타리고나에서 촬영한 호안 미로의 사진. 자신의 조각작품을 안고 있는 미로는 당시 55세였다. [이미지 제공=타데우스 로팍] 2025.11.19 art29@newspim.com

오스트리아 기반의 다국적 화랑 타데우스로팍은 서울 지점에서 전속작가인 정희민과 세계적 거장 호안 미로의 개인전을 지난 11월 21일 동시에 개막했다. 타데우스로팍 서울 1층에서는 정희민의 개인전을, 2층에서는 호안 미로의 개인전을 2026년 2월 7일까지 연다. 

두 작가는 서로 특별한 연관성은 없고, 전시도 층을 달리해 개별적으로 열리는 것이긴 하나 세계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스페인의 거장과 한국의 유망작가가 나란히 전시회를 갖는 것은 색다르면서도 의미있는 일이다. 호안 미로의 개인전은 '조각의 언어'라는 타이틀로 열린다. 미로의 전시는 세종문화회관(2016)과 마이아트뮤지엄(2022)에서 열린 회고전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조각의 언어'는 지난 1990년대 이후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미로의 청동조각을 중심으로 그의 생애 마지막 시기 작품을 집중조명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호안 미로 'Gymnaste', 1977. Bronze. 102x92x86cm.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SAC Seoul 2025. 2025.11.24 art29@newspim.com

타데우스 로팍의 시니어디렉터인 라티시아 카투아르는 "호안 미로와 정희민 작가는 연결점이 있다. 미로는 마요르카섬의 스튜디오 주변에서 수집한 일상적인 재료들(옷걸이,나무,빵조각 등) 등 발견된 오브제를 확장해 조각작업을 했다. 정희민 작가는 디지털 세계에서 발견되는 이미지, 도상들을 자신의 조각, 회화 등 작업세계로 호출을 한다는 점에서 교차지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작가는 무의식을 통해 보이지않는 세계를 조형언어로 드러내고자 했다. 형태 이전의 감정을 다루는 호안 미로의 태도는 한국 선비들의 사유방식과 맞닿아 있어 흥미로왔다"고 덧붙였다.

미로는 자연스러운 사고과정을 조합(assemblage: 아상블라주)으로 발전시키고, 꿈의 세계에 형태를 부여하면서 자유로움과 직관을 작품에 담아내는데 있어 혁신적인 개척자였다. 그의 아상블라주 조각작업은 매우 독창적이고 시적인 방식으로 구현됐다. '초현실주의 선언'을 쓴 브르통은 미로의 조각들을 '물리학의 시'라고 표현했다.

호안 미로 또한 "나는 정말로 환상적이며 살아있는 괴상한 것들의 세계를 조각 속에서 창조할 것이다"라고 읊조렸다. 이렇듯 초현실주의적 아상블라주에 뿌리를 두고 있는 미로의 조각은 작가의 예술세계 속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13점의 조각은 후기 아상블라주 조각으로 작가 특유의 끊임없는 실험정신이 응결된 결정체다.

흥미로운 것은 일상에서 발견한 사물을 활용해 특유의 조형언어로 변모시켰다는 점이다. 그의 손끝에서 사물들은 상상력과 시적 감각을 입고 새롭게 결합돼 하나의 독창적인 '조각적 별자리'로 재탄생했다. 예술평론가이자 시인인 자크 뒤팽은 후기 조각들은 미로 특유의 독창적인 조각적 상상력이 가장 순도높게 드러나 있다"고 평했다.

마요르카 작업실에서 완성한 일련의 작품들은 스페인 민속예술과 공예품, 해안식물과 광물까지 작가가 발레아레스 제도에서 수집한 요소들이 흥미롭게 담겨 있다. 또 가족농장이 있던 카탈루냐 몬트로익 주변서 채집한 들풀과 꽃, 돌의 형상도 반영됐다. 또 박제 앵무새 등 '발견된 오브제'에서도 영감을 얻어 이를 독창적으로 표현했다.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에 위치한 매그 재단에 조성된 '미로의 미로(Labyrinth Miró)'1964, 1968, 1973)는 미로 조각의 정점으로 꼽힌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호안 미로 'Figure', 1976. Bronze. 205x62x38cm.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SAC Seou 2025. 2025.11.24 art29@newspim.com

한편 이번 전시에는 미로의 초기 과슈회화와 20세기 영향력있는 사진가인 어빙 펜(1917–2009)이 스페인 타라고나에서 1948년 촬영한 초상사진 두 점이 함께 내걸렸다. 미로와 그의 조각 사이의 상호적 관계를 예리하게 포착한 어빙 펜의 사진은 예술가의 존재와 조형세계가 어떻게 긴밀히 맞닿아 있는지 잘 드러낸다.

사진에 담긴 작은 청동 조각들은 1940년대 미로의 손끝에서 직접 빚어진, 원초적 볼륨감을 지닌 작품들로 그의 창의성과 인간적 따뜻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조부의 전시를 위해 내한한 미로의 손자 호안 푼옛 미로는 "할아버지는 내게 말했다. 산에서 버섯을 찾듯 일부러 사물을 찾는 건 아니야. 어느 순간 갑자기 '쾅!'하고 마치 자석에 끌리듯 자연스럽게 눈이 멈춰. 그게 중요하다고 했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수집한 오브제들을 작업실 바닥에 흩어놓고, 조합해 '시적 충격'을 불러일으키는 형태로 배열한 뒤 이를 청동으로 주조해 시간의 흔적 속에서도 변치 않는 조각으로 완성했다는 것이다. '꿈의 자동기술'을 바탕으로 가장 단순하고 소박한 소재에서 고도의 시적 조형을 이끌어낸 셈이다. 

[서울=뉴스핌] 할아버지인 호안 미로의 한국 전시를 위해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을 찾은 손자 호안 푼옛 미로. 그는 "조부는 오늘날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천재이자, 카탈루냐인 특유의 해학과 재치를 작품에 절묘하게 녹여낸 작가"라고 소개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11.25 art29@newspim.com

한 작품에서는 옷걸이와 대나무, 플라스틱 파편이 곧 공연을 펼칠 듯한 생동감 넘치는 체조선수로 탈바꿈되고, 또 다른 작품에서는 야자나무 그루터기 위에 놓인 합성고무와 뒤틀린 병 조각들 사이로 토템적 포옹을 나누는 한 쌍의 인물이 된다. 각 오브제에 잠재된  '영적 에너지'를 이끌어내어, 겉보기에 무관해 보이는 사물들을 어린아이같은 장난기, 카탈루냐 특유의 해학을 버무려 그만의 시적 감성이 깃든 조각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갤러리 야외 중정에는 높이 3m에 달하는 작품 '여인과 새'(1982)가 자리잡았다. 원시적인 형태와 과장된 성징을 지닌 이 조각은 구석기시대 여신상을 연상시키며, 그 위를 장식한 초승달 모양의 새는 미로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지상과 천상세계 간의 강력한 연결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는 공간연출가인 양태오 디자이너가 갤러리 공간을 조선시대 미학과 문인정신이 반영되도록 유려하면서도 섬세하게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즉 한옥의 차경(借景) 개념을 반영한 한지구조물의 열린 틈을 통해 미로의 시적인 조각 작품들을 하나 둘씩 교차 감상하도록 했다. 이로써 카탈루냐 예술가의 애니미즘적 감수성과 한국적 미감이 부드럽게 어우러지고 있다.

◆호안 미로는 어떤 작가?= 1893년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나 1983년 스페인 동남부의 섬 마요르카 팔마에서 생을 마감했다. 미술학교 재학시절 '촉각 드로잉'실험에 영향받아 조각에 빠져들었다. 첫 개인전은 1918년 바르셀로나의 달마우화랑서 가졌는데 당시 작품은 야수파와 폴 세잔, 입체파의 영향이 드러난다. 1920년 파리서 파블로 피카소와 만나 인연을 맺었고, 전위시인들과 친교를 쌓았다. 1924년 시인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에 서명했고, 이후 '꿈의 회화' 연작을 시작했다.

한 사조에 머무르길 거부했던 미로는 1927년에는 스스로 "회화를 살해하겠다"고 선언하며 1930년대 내내 조각적 오브제와 콜라주, 종이작업을 실험했다. 1937년 파리국제박람회 스페인관에 벽화를 제작했고, 1940~1941년에 제작한 '별자리' 연작은 '20세기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첫 회고전은 1941년 뉴욕 MoMA에서 열렸다. 1958년에는 도자기 벽화 '태양의 벽'과 '달의 벽'을 파리 유네스코본부에 설치해 구겐하임 국제상을 수상했다. 1970년에는 뉴욕과 파리에서 조각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를 가졌고, 1971년 미니애폴리스 워커아트센터를 필두로 미국 순회전을 개최했다. 미로의 조각 작품은 뉴욕 MoMA, 달라스 내셔조각센터, 워싱턴 D.C. 허시혼미술관, 런던 테이트모던, 파리 퐁피두센터, 취리히 쿤스트하우스 등에 소장돼 있다.

◆회화이면서도 부조같은 정희민의 작품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정희민(b.1987)의 개인전 '번민의 정원'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타데우스 로팍 런던서 열린 개인전 '움브라(UMBRA)'에 이어 로팍에서의 두번째 개인전으로, 신작 회화와 청동조각이 출품됐다. 정희민은 기술이 우리의 지각과 감각을 매개하는 동시대 환경 속에서 가상과 물질이 교차하는 감각적 경험을 탐구한다. 비물질적인 이미지를 손끝의 감각으로 더듬어나가는 그는 가상세계를 통해 감응하는 일련의 풍경들을 회화적이면서도 조각같은 언어로 재구성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정희민 '두 입이 속삭여 4',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겔 미디움, UV 프린트 73x61cm,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Paris, Salzburg, Milan, Seoul ©정희민, 사진=전병철 .2025.11.24 art29@newspim.com

정희민의 회화는 바다의 파도, 조개껍질, 돌, 꽃, 나무껍질 등 자연서 유래한 이미지로부터 출발한다.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작가는 3D모델링을 통해 변형시킨 뒤 캔버스 혹은 투명한 겔 미디움 시트 위로 옮긴다. 작가는 8년 전부터 아크릴 안료의 보조제로 사용되는 겔 미디움을 조각적 재료로 확장해 자신만의 고유한 다층적 부조로 구현해왔다. 겔이 마르기 전 상태의 점성과 유동성을 이용해 표면 위에 주름과 층을 형성시키며, 이 과정에서 회화의 표면은 부피감을 지닌 물질적 장이자 릴리프로 전환된다. 

작가는 일련의 이 작업을 '풍경화'로 여긴다. 수공의 물질과 디지털 데이터의 층이 축적된, 하지만 완전히 융합되진 않은채 공존하는 표면은 유기적이면서도 인공적인 감각을 드러낸다. 정희민 작품의 마티에르는 합성플라스틱이나 데이터의 표면, 나아가 지질학적 단면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물질적 기원에서 분리된채 가상공간 속에서 편평하게 소비되는 이미지들에 다시금 물질적 자율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미술평론가 문혜진은 이같은 작업을 가리켜 "텍스처가 다른 회화 이미지와 겔 미디움이 조각조각 기워져 있는 불완전한 환영의 그림 평면은 가상과 실제가 분리 불가능하게 뒤섞인 혼합현실과 다름없다"고 평했다. 

전시 제목인 '번민의 정원'은 모니터를 통해 인식되는 디지털시대의 불안과 내적 동요를 은유하고 있다. 정희민에게 '가상공간'은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인공 생태계이자, 이미지들이 살아 움직이며 복제되고 변주되는 '시뮬라크라의 정원'과 같다.

작가는 "나는 인공과 자연을 분리된 세계로 보지않는다. 우리가 '자연'이라 부르는 것도 결국 인공세계 안에서 작동하는 또 하나의 자연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뒤틀린 나뭇가지 또는 DNA 나선구조를 연상시키는 두 점의 청동 조각 '접히고 당겨져 1'(2025)와 '접히고 당겨져 2'(2025)는 작가의 회화에 드리워진 형태를 반영하듯 디지털 왜곡의 과정을 통해 구현된다. 이는 자연계와 디지털 시스템 모두를 지배하는 질서와 무질서의 긴장, 증식·변이·엔트로피의 운동성을 시각화한 것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타데우스로팍 서울의 1층 전시장 바닥에서 천정까지 꽉 들어찬 정희민 조각 '접히고 당겨져', 2025. 브론즈. 323x94x145cm,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Paris, Salzburg, Milan, Seoul ©정희민, 사진=전병철.2025.11.24 art29@newspim.com

정희민의 작업은 동시대 기술환경에 대한 탐구이자, 19세기 낭만주의의 '숭고' 개념에 대한 재해석이기도 하다. 영국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가 정의한 숭고는 인간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함이 주는 두려움과 경외의 감정으로, 낭만주의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이끈 핵심 개념이다. 정희민은 터너(J. M. W. Turner)의 회화처럼, 인간이 압도적인 자연의 힘 앞에서 느끼는 감정의 깊이를 오늘날의 디지털 풍경 속에서 호출하고 있다. 무한히 확장되고 통제불가능한 가상의 세계를 마주하는 경험을 신체적 감각과 정동의 언어로 번역함으로써, 디지털 시대의 숭고를 독자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

결국 '번민의 정원'은 자연과 인공, 질서와 혼돈의 경계가 서로를 전제하며 공존하는 풍경이 모인 장이다. 작가는 이질적인 세계와 감각들을 하나의 화면 안으로 견인해옴으로써 그 안에서 혼돈과 질서, 성장과 소멸, 통제와 유동성이 공존하는 동시대적 풍경을 펼쳐보이고 있다.

◆정희민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를 졸업했다. 두산아트센터(2023), 신도문화공간(2022), 뮤지엄헤드(2021),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2016)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국내외 유수의 기관에서 개최된 단체전에 참여했고, 2022부산비엔날레에 출품했다. 2022년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두산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정희민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금호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올해 초 패션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한남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사운드 아티스트 조율과 함께 설치프로젝트 '다른 곳, 레마, 열린 몸통'을 선보였다. '인공적 정원'의 개념을 탐구한 이 작품은 소리, 영상, 조각이 결합되고, 구리 및 청동의 유기적 형상들이 흘러내리며 만들어내는 감각적 밀림을 구현한 독특한 설치미술이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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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IMF는 2026년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세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어,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만 몰리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미국의 정치·재정 이슈, 부채한도·재정적자, 무역·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달러 방향성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달러에 일시적인 강세·약세 충격을 모두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장기 구조 측면에서 보면, 달러는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에 가깝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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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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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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