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취재에 학생들 예민해진 상태
'조용각 흉상' 훼손 정도 '깜깜이' 상황
'건물 보수 및 청소' 비용 20억~50억원
과반 이상 '교비+학생 모금'에 찬성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이른바 '동덕여대 사태'가 발생한지 1년이 경과했다. 지난해 11월 7일 동덕여자대학교 대학비전혁신추진단이 학교 발전 방안 논의 과정에서 '남녀 공학 전환' 의제가 나온 것이 학생들에게 알려지면서, 같은 달 10일부터 교내에서 소위 '락카칠' 시위 등이 발생했다.
19일 오후 찾은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정문 앞에서 기자의 취재 요청 연락을 받고 미리 마중나온 학교 측 남자 직원을 만났다. 교내를 둘러보며 1년이 지난 이후의 참상을 사진으로 담고자 했지만, 직원이 기자에게 허가한 취재 구역은 정문 앞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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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19일 동덕여자대학교 정문에서 바라본 설립자 조동식 선생 동상 모습. 2025.11.19 calebcao@newspim.com |
"제가 못 들어가는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어떤 규정 같은 게 있습니까?"라고 질문하자, 직원은 "예민한 시기이기도 하고 우선 학교가 사유지입니다. 학교 규정이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최근 일주일새 나온 동덕여대 관련 타 언론사 기사들을 보니 교내로 '잠입'해서 찍은 듯한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자의 이름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여성 기자인 것 같았다. 남자인 기자 입장에서 혹시 모를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학교 측에 사전 취재 허가를 구한 것이다.
직원은 "지난주에 J방송사 기자도 정문까지 와서 사진과 영상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그 기자가 여기자였는데도요"라고 설명했다.
학교 정문에서 직원의 안내를 받아 카메라 줌을 당겨서 보니 학교 설립자인 조동식 선생의 동상 아래 붉은 '락카칠'이 눈에 들어왔다. 외부인들에게도 첫 인상으로 다가오는 장소다 보니 나름 지우려고 노력했는지 락카 자국이 조금은 옅어 보였다.
"제가 궁금한건 조용각(趙容珏) 선생님 흉상의 훼손 여부입니다. 다들 락카칠에만 주목하는거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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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19일 동덕여자대학교 100주년 기념관 유리창에 1년 전인 지난해 11월 쓰여진 '락카칠'이 선명히 남아 있는 모습. 2025.11.19 calebcao@newspim.com |
고(故) 조용각 선생은 조동식 선생의 아들이다. 1976년 동덕여대, 동덕여고 등으로 구성된 동덕여학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재직중 성덕중학교를 신설하고 동덕여대를 종합대로 승격시키는 등 교세 확장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동덕여대 사태' 당시 조용각 흉상은 야구 방망이로 얼굴을 수차례 가격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지금도 유튜브 등에 남아있는 영상을 보면 동상에 씌어져 있던 안경 부분이 박살이 나 이마 쪽으로 넘어가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간곡히 부탁했지만 흉상의 파손 정도는 올해 입사한 직원도 알 수 없었다. 교내에 위치한 흉상은 현재도 가려져 있어서 어느 정도나 파손됐는지 외부에서 확인이 불가하다고 한다.
대화 주제를 지난 12일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공개한 '시설복구위원회(학교 측, 학생 측 각 4인으로 구성한 협의체)' 설문조사로 돌리자, 직원은 기자에게 "여기가 큰 길가라 조금 안으로 들어가실까요"라며 정문 밖 좌측에 위치한 100주년 기념관 쪽으로 인도했다. 목소리가 너무 컸던 걸까? 일단의 학생 무리가 기자를 쳐다보며 지나쳐갔다. 딱히 적대적이거나 불안해하는 표정들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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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19일 동덕여자대학교 100주년 기념관 화단에서 촬영한 '락카칠' 흔적. 2025.11.19 calebcao@newspim.com |
고개를 돌리자 화단 쪽에 큼지막하게 검은색 락카로 쓰인 "꺼져"가 눈에 들어왔다. 손으로 문질러봤지만 별 의미가 없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학생 725명 가운데 53.1%가 시설 복구 비용을 '교비와 학생 모금'으로 조달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42.1%는 '교비'로만 복구해야 한다고 했다. 교비 없이 '학생 모금'으로 충당해야 해야한다는 응답은 4.8%에 불과했다. 동덕여대 의뢰로 보수 업체가 추산한 '건물 보수 및 청소' 비용은 20억~50억원이다.
학교 측은 현재 외부와의 소통보다는 학생 구성원 간의 합의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학교 관계자는 빠르면 이달말에서 내달초 관련 공고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calebca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