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 문항 '정답 없음' 논란에 이어 두 번째 문제 제기
지문 설명이 이론과 불일치해 정답 찾기 어려운 구조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영역에서 17번 문항의 '정답 없음'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또 다른 문항의 정답이 두 개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병민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수는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여러 차례 글을 게시하며 2026학년도 수능 국어영역 1~3번 지문과 문항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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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 3번 문항. [사진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
이 교수는 "단순견해(the simple view of reading) 이론의 핵심 구성 요소를 지문이 잘못 설명하고 있다"라며 "그 오류로 인해 3번 문항은 정답이 두 개가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지문은 단순견해 이론을 설명하며 '언어 이해(language comprehension)'를 '말로 듣거나 글로 읽은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러한 설명이 이론의 본래 취지와 다르다고 짚었다.
그는 "단순견해에서 언어 이해는 듣기 이해(listening comprehension)를 뜻하며, 대부분의 연구에서도 이를 듣기 이해로 측정한다"라며 "지문처럼 읽기 경험을 통해 언어 이해가 발달한다는 설명은 이론과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단순견해 이론은 '읽기 이해 = 해독(decoding) × 언어 이해'라는 공식을 기반으로, 두 구성 요소를 독립된 능력으로 본다. 영어권 교육·언어학계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독해 발달 모델이며, 실제 학계에서는 언어 이해를 거의 예외 없이 듣기 이해로 대체해 분석한다.
이 교수는 해당 이론의 잘못된 소개가 3번 문항 판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문항은 학생 A와 B의 읽기·듣기 특징을 제시한 뒤 '적절하지 않은 진술'을 고르도록 했는데, 이 교수는 "A는 해독은 가능하나 듣기 이해가 부족한 학생이고, B는 듣기 이해는 되지만 해독 능력이 거의 없는 미취학 수준에 가까운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론을 정확히 따르면 3번 선택지와 4번 선택지는 모두 성립하지 않으므로 두 문항 모두 오답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출제 의도는 4번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지문 설명이 이론과 불일치하는 만큼 학생들이 정답을 명확히 찾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비판을 이어갔다.
이 교수는 "단순견해는 교육학·언어학 전공 대학원에서 논문을 읽고 토론하며 다루는 수준의 이론"이라며 "고3 수험생들이 처음 접하는 지문에서 이러한 내용을 정확히 해석해 정답을 도출하는 것이 과연 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적절한 방식인지 의문"이라고 문제 제기했다.
또 "이의신청 기간은 지났지만 학문 후속 세대와 수험생의 공정성을 위해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며 출제 과정의 타당성 재점검을 촉구했다.
이번 논란은 앞서 이충형 포스텍 교수와 유명 국어 강사 이해황 씨 등이 제기했던 17번 문항 '정답 없음' 논란에 이어 두 번째다. 17번 문항은 임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 논의를 다루며 많은 수험생들이 난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호소한 바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17일까지 문항 이의신청을 받았으며, 현재 심사를 진행 중이다. 최종 정답은 오는 25일 확정·발표된다. 정답 변경이 이루어질 경우 표준점수와 등급이 변동될 수 있어 수험생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평가원이 정답 정정에 매우 보수적인 점을 고려하면 복수 정답 인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