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프리미엄 EV 가격대 정조준
현대차보단 독일 3사가 1차 타깃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중국 지리 홀딩 그룹의 프리미엄 전동화 모빌리티 브랜드 지커(Zeekr)가 국내 판매·서비스 파트너 4곳과 딜러 계약을 맺고 한국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8000만원대 프리미엄 전기차를 앞세워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수입 전기차 시장을 1차 타깃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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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상해에 주차된 지커 차량. [사진=이찬우 기자] |
3일 업계에 따르면 지커는 전날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지커 타워(Zeekr Tower)에서 에이치모빌리티ZK, 아이언EV, KCC모빌리티, ZK모빌리티 등 4개 파트너사와 딜러 계약 체결식을 열고 한국 진출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 자리에는 4개 파트너사의 대표를 비롯해 알렉스 난(Alex Nan) 지리자동차 인터내셔널 CEO, 천 위(Chen Yu) 지커 부사장, 제프 차오(Jeff Cao) 지커 동아시아 총괄, 임현기 지커 코리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번에 계약을 체결한 4개 딜러사의 모기업인 에이치모터스, 아이언모터스, KCC오토, 고진모터스는 수십 년간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 랜드로버 등 다양한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를 운영해 온 곳들이다.
지커는 이들의 수입차 운영 경험을 활용해 초기 단계부터 전시장, 시승·딜리버리, 애프터서비스(AS)를 포함한 '프리미엄 EV 딜러 네트워크'를 빠르게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커는 이미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작업도 상당 부분 마무리했다. 회사는 지난 2월 28일 '지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코리아 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자동차 수입·유통·판매와 배터리 관련 시스템 개발 등을 사업 목적으로 등록했다.
지커 측은 한국 시장을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있는 시장'으로 규정하며 프리미엄 전략을 재확인했다.
딜러 계약 체결식에서 천 위 부사장은 "까다로운 기준을 가진 대한민국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전동화 브랜드 지커를 소개할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며 "지커가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임현기 지커 코리아 대표도 "오랜 기간 프리미엄 수입차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파트너들과 함께 국내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커는 2021년 지리자동차에서 분사한 이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7만여대, 2023년 11만여대를 판매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약 22만대를 인도하며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가운데 가장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간판 모델인 '지커 001'은 지난해에만 11만대가 판매됐다. 회사는 2025년 상반기까지 아시아·유럽·오세아니아 등 40개국 이상에서 58만대 이상 누적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선 중형 전기 SUV '7X'가 첫 주자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지커 7X는 최대 639마력의 출력과 1회 충전 주행거리 543km(해외 기준)를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대는 해외 판매가를 감안할 때 국내 기준 8000만원 안팎이 유력하다. 업계에서는 서울·수도권과 부산·경남권을 중심으로 전시장과 AS센터를 꾸리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고객 인도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딜러 계약 체결로 지커의 한국 상륙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존 수입 프리미엄 전기차 업체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BYD가 4000만~5000만원대 전기차로 '가성비' 공세에 나선 것과 달리, 지커는 8000만원대 이상 프리미엄 전기차로 벤츠·BMW·아우디 등과 정면 승부를 벌이는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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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충칭에 설치된 지커 전기차 충전기. [사진=이찬우 기자] |
국내 완성차 가운데서는 현대차그룹이 자연스레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지만, 업계의 시선은 다소 다르다.
현대차그룹이 EV3·EV4·EV6, 아이오닉 5·6 등 4000만~5000만원대 주력 라인업에 방점을 찍고 있는 반면, 지커는 제네시스 전동화 모델이나 EV9, 아이오닉 9 등 일부 고가 모델과만 가격이 겹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초기에는 현대차그룹보다는 메르세데스-EQ, BMW i, 아우디 e-트론 등 수입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의 수요를 직접적으로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커의 등장은 수입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1~2년 안에 나라를 떠들썩하게 할 만한 큰 품질 이슈만 없다면 벤츠·BMW 등 기존 고급 브랜드의 수요 일부를 가져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지커의 행보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규모의 경제나 물량 경쟁에서 중국산과 맞붙기 어려운 만큼 서비스 품질과 AS 네트워크 등 비가격 영역에서 경쟁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며 "특히 지커가 초기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에 나설 경우, 고급 전기차를 현대차그룹 주력 전기차와 비슷한 가격대에 공급하게 되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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