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뉴스핌] 남정훈 기자 = 정관장은 에이스 외국인 선수 조니 오브라이언트가 빠진 가장 어려운 고비에서 오히려 더 단단한 팀의 면모를 드러냈다. 소노 원정길에서 국내 선수들이 똘똘 뭉쳐 강한 응집력을 보여줬고, 그 중심에는 변준형과 박지훈이라는 국가대표 가드 듀오가 있었다. 두 선수는 무려 37점을 합작하며 에이스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이번 경기는 정관장에게 3라운드 분수령이었다. 경기 전부터 유도훈 감독은 이 경기를 "3라운드 최대 고비"로 지목했다. 주전 외국인 오브라이언트가 무릎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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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장 변준형이 9일 고양서 열린 소노와 원정경기서 18점을 몰아치며 팀의 승리를 도왔다. [사진 = KBL] 2025.12.09 wcn05002@newspim.com |
유 감독은 "큰 부상은 아니지만 통증이 있어 쉬게 할 수밖에 없다"라고 전하며, 대신 국내 선수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국내 선수의 가치가 빛나야 한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라는 말처럼 누군가 해결사 역할을 해준다면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감독의 말은 현실이 됐다. 정관장은 경기 초반부터 변준형의 날카로운 돌파와 박지훈의 1대1 능력을 앞세워 공격의 틀을 잡았다. 이번 시즌 변준형은 경기당 11.1득점으로 23위에 올라 있다. 국내 선수로는 이정현(소노·18.7점), 허웅(KCC·15.8점), 서명진(모비스·12.4점), 송교창(KCC·11.3점)에 이어 5등이다. 정관장의 국내 선수 중에는 당당하게 에이스라고 밝힐 수 있다. 그는 이날도 특유의 활동량과 클러치 집중력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특히 4쿼터가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4쿼터 초반 정관장이 65-63까지 쫓기는 위기를 맞는 순간, 변준형이 분위기를 단번에 바꾸는 연속 3점포를 터뜨렸다. 내리 3방을 꽂아 넣으며 상대의 흐름을 완전히 끊어낸 것이다. 여기에 박지훈까지 득점 릴레이에 동참하면서 두 선수는 4쿼터 22점 중 19점을 책임지는 폭발력을 보여줬다.
변준형은 이날 기록한 3개의 3점슛을 모두 4쿼터에 성공시키며 '클러치 스페셜리스트'다운 면모를 증명했다. 그는 경기 후 "전반에는 팀의 리듬을 맞추고 패스를 돌리는 데 집중했다"라며 "후반부와 클러치 타임에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 공격적으로 움직였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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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장의 박지훈이 소노와의 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 = KBL] 2025.12.09 wcn05002@newspim.com |
박지훈 역시 팀 공격의 큰 축이었다. 19점과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꾸준히 흐름을 이끌었고, 복귀 후 합을 맞추는 과정을 거쳐 변준형과 더 자연스러운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유도훈 감독의 패턴 조정과 국내 선수 중심 운영도 빛났다. 감독은 두 가드가 더 자유롭게 1대1을 펼칠 수 있도록 코트 밸런스를 유지하고, 다른 선수들에게 수비 부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체력을 분배했다. 김영현과 박정웅 등 로테이션 자원들이 궂은일을 해준 것도 주효했다.
박지훈은 "부상 복귀 초기엔 팀 훈련을 거의 못 하고 나왔는데, 브레이크 기간 동안 호흡을 맞춘 것이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우리 둘의 시너지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계신다. 그 신뢰를 증명해 드리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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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장 변준형이 9일 고양서 열린 소노와 원정경기서 18점을 몰아치며 팀의 승리를 도왔다. [사진 = KBL] 2025.12.09 wcn05002@newspim.com |
변준형도 "감독님께서 훈련할 때 호흡이 좀 더 맞고 서로 시너지가 날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셨다. 패턴 같은 것도 서로 도와주면서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셨다. (박)지훈이형은 워낙 림어택과 1대1 능력이 좋은 선수다. 서로 1대1을 할 때에는 확실하게 벌려주자는 식으로 얘기하다 보니 좀 더 좋아진 것 같다. 계속 좋은 모습이 나올 것 같고 다음 경기에도 이런 활약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박지훈과의 호흡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관장은 이제 오브라이언트가 건강하게 복귀한다면 더 완성도 높은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 변준형과 박지훈의 폭발적인 득점력, 빠른 스피드와 트랜지션 농구가 이미 팀을 선두 경쟁권까지 올려놓은 상황이다. 여기에 부상 중인 '전체 1순위' 문유현까지 더해진다면, 정관장의 가드진은 리그 최고 수준의 파괴력을 갖출 수 있다.
3연승을 질주한 정관장은 13승 6패로 2위에 올라 있다. 지금의 흐름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단순한 상위권 도약을 넘어, 이번 시즌 LG(14승 5패)를 흔들 실제 우승 후보로 올라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오브라이언트 없이도 '국가대표 듀오'만으로 원정 승리를 따낸 이 경기는 팀 전체의 자신감을 크게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