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금융기관 명칭 기재 의무화…사업자 대출 유용 감시
토지거래허가구역도 증빙 의무…허위 신고 원천 봉쇄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새해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처분해 내 집 마련 자금으로 활용할 경우, 자금조달계획서에 해당 내역을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그동안 가상자산 수익금을 '기타 자산'이나 '현금' 등으로 묶어 신고하며 자금 출처를 모호하게 만들던 관행은 사라질 전망이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주택 취득 자금 조달 및 입주 계획서(자금조달계획서) 내 자기자금 항목에 '가상자산 매각 대금'란이 새롭게 신설된다.

기존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을 매각하여 마련한 자금을 '기타 자산'이나 '현금' 등으로 신고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로 인해 과세 당국은 자금의 정확한 출처를 파악하기 어려웠으며, 이는 편법 증여나 자금 세탁의 우회로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내년부터 매수인은 가상자산을 처분해 확보한 원화 금액을 계획서에 명시해야 하며, 국토교통부와 국세청은 필요시 가상자산 거래소의 매매 내역서와 입출금 내역 등 고강도 증빙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금융권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 내역 신고도 한층 까다로워진다. 기존에는 대출액 총액만 기재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의 구체적인 명칭을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또한 대출 유형이 세분화돼 '사업자 대출' 항목이 별도로 분리된다. 이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사업 운전 자금 명목으로 대출을 받은 뒤 이를 주택 구입에 유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함이다. 자금조달계획서에 대출 기관과 상품 종류가 드러나면 금융 당국이 용도 외 유용 여부를 즉각 확인할 수 있게 돼, 규제 위반 시 대출 회수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주식·채권 매각 대금'과 '부동산 처분 대금' 역시 자산이 주택 구입 자금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입증해야 하는 등 자기자금 항목의 투명성도 대폭 강화된다.
갭투자(전세 낀 매매)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임대보증금 항목이 '취득 주택'과 '취득 주택 외'로 이원화된다. 매수하려는 주택의 전세 보증금을 승계하는 것인지, 아니면 보유 중인 다른 주택의 전세금을 올려 자금을 마련한 것인지가 명확히 구분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갭투자 비율과 다주택자의 유동성 흐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규제 지역의 범위도 실질적으로 확대된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및 증빙 의무가 기존 투기과열지구뿐만 아니라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전면 적용된다. '10·15 대책'으로 인해 서울 전역 및 수도권 일부 지역이 규제 지역으로 묶이면서 매매자들의 거래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시세 띄우기를 위한 자전 거래(허위 신고)를 막기 위해 공인중개사의 역할도 강화된다.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거래를 신고할 때 계약서 원본과 함께 계약금 입금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실제 돈이 오간 내역이 없으면 신고 자체가 반려되므로 허위 계약을 통한 호가 조작이 원천 차단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 개편으로 매수자들의 서류 준비 부담은 가중되겠지만, 이것이 시장의 거래 절벽을 야기할 핵심 변수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신고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준비해야 할 증빙 서류가 늘어나면서 매수자 입장에서 심리적, 절차적 부담을 느낄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제도 변화 자체가 부동산 거래량 감소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실제 시장에서 거래 성사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대출 규제나 금리 등 자금줄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치의 배경에 대해 "최근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도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돈으로 주택을 매수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라며 "불법 증여나 편법 대출 등 우회적인 자금 조달을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규제 기조와 맞물려 있다"고 덧붙였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