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인공지능(AI) 연산 장비에 대한 미국 빅테크들의 '감가상각 기간 늘리기' 관행이 내년 주식시장의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투자 뉴스레터 인컴시큐리티스 어드바이저의 마르티 프리드슨 발행인은 로이터통신에 23일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프리드슨 발행인이 문제로 지목한 대상은 AI 연산용 반도체에 대한 빅테크들의 상각 연한 확대다. 그는 관련 사안에 대한 설명에서 올해 앞서 문제점으로 제기한 마이클 버리의 주장을 인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FT)·아마존(AMZN)·알파벳(GOOGL)·메타(META)·오라클(ORCL)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엔비디아 칩을 4~6년에 걸쳐 상각하고 있는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실제 경제적 수명은 2~3년에 불과하다는 게 지적의 핵심이다.
상각 기간이 실제 경제적 수명보다 길면 매년 장부에 잡히는 비용은 실제보다 적어지고 그만큼 이익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버리는 엔비디아의 빠른 신제품 출시 주기 때문에 AI 칩의 경제적 수명은 빅테크들의 가정보다 훨씬 짧아졌다고 지적한다.
프리드슨 발행인은 상각 연수 연장의 관행은 2020년 이후 본격화됐다고 짚었다.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소위 'M7'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기업 대부분이 주요 자산의 추정 내용연수를 늘려왔다고 했다.
그는 설비투자가 급증한 이 기간 기업들이 종래의 상각 기간을 따랐다면 비용 부담은 늘어나 이익은 줄었을 것이라고 했다.
익히 알려진 빅테크뿐 아니라 IBM(종목코드 동일) 같은 다른 기업도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고 프리드슨 발행인은 지적했다.
미국 기업 재무제표 분석업체 스톡애널리시스온넷에 따르면 IBM의 연간 감가상각비는 2020년 42억달러에서 2024년 22억달러로 절반가량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연간 매출액은 523억달러에서 628억달러로 늘었다.
매출이 늘면 장비도 늘어났을 것이고 상각비도 따라 늘어나야 자연스러운데 IBM은 정반대의 현상을 보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IBM 역시 상각 기간을 늘렸다고 본 것이다.
프리드슨 발행인은 기업들의 상각 기간 연장 배경에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한몫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미국 정보기술 업종의 평균 주가수익배율(PER)은 36배로 S&P500 전체 평균 25배와 큰 격차를 보인다. PER의 산식에서 이익(분모)이 커지면 그 수치는 낮아지므로 고평가 부담을 안고 있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인다고 그는 주장했다.
프리드슨 발행인은 상각 연수의 확대가 회계 부정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앞으로도 완벽하게 잘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형성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AI 설비투자를 둘러싼 수익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상각 기간 연장의 관행이 마치 '이익 부풀리기'의 수단으로 부각되고 사안의 초점이 '실적 진정성'으로 옮겨가면 이미 악재에 민감해진 주식시장에서 '고통스러운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거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