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요금 폭등에 주민들 울상
일자리부터 환경까지 '대가'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오하이오주 중부의 한 주민 켄 아파키 씨는 2024년 자신의 전기요금이 월 12달러였던 것을 기억한다. 2025년에는 19달러로 뛰었다. 60% 인상이다. 그의 아내 캐롤은 원인을 알고 있다. 오하이오 중부에만 130개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AI 투자 붐이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실제로 어디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추적해 본 결과 실리콘밸리가 아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진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AI 버블 논란이 여전히 뜨거운 가운데 논쟁 대신 돈의 흐름을 따라가 보자.
본지는 AI 도구를 이용해 지난 3개월간 AI 인프라 관련 부동산 거래 데이터 5만여 건과 전력 소비 통계, 데이터센터 건설 허가 자료 등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국 전역의 'AI 머니'가 흐르는 지도를 재구성했다.
◆ 지도 위의 점들 '데이터센터 지리학' = 버지니아주 루든 카운티의 6차선 28번 도로를 달리다 보면, 왼쪽에 짙은 파란색 건물 하나가 보인다. 조금 더 가면 오른쪽 숲 사이로 회색 건물이 나타난다. 타깃이나 이케아 같은 대형 매장이 아니다. 훨씬 크다. 바로 AI와 인터넷을 처리하는 컴퓨터들이 들어찬 데이터센터다.
버지니아는 이제 세계 데이터센터의 수도다. 현재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용량만 8,857메가와트로, 2위인 콜럼버스(오하이오)의 거의 3배에 달한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숫자는 따로 있다. 계획 중인 용량이 무려 24,103메가와트다. 전 세계 어느 도시도 이에 근접하지 못한다.
북버지니아만 놓고 보면 2025년 1분기 기준 4,900메가와트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1,100메가와트가 건설 중이고 5,500메가와트 이상이 적극적인 계획 단계에 있다. 이는 약 5천만 평방피트의 서버 공간으로, 미국 내 경쟁 지역 어디보다 5배나 크다.
경제적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루든 카운티의 경우 데이터센터가 연간 10억 달러의 지방세 수입을 제공하며, 이는 카운티 예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2012년 이후 주거용 세율을 100달러당 48센트 낮춰 평균 가구당 연간 3,000~4,000달러를 절약하게 했다.
두 번째 전선은 텍사스다. 텍사스는 빠르게 데이터센터의 제2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텍사스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약 9.7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4년 8기가와트 미만에서 증가한 수치다.

더 놀라운 것은 미래 전망이다. 텍사스 전력망 운영기관인 ERCOT는 2025년 4월 텍사스의 피크 전력 수요가 2031년까지 218기가와트에 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는 2023년 기록인 85.5기가와트의 2배 이상이다. 데이터센터가 이 성장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1월 발표된 5천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미국 전역에 최대 20개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며, 텍사스가 중심 허브 역할을 할 예정이다.
아울러 콜럼버스(오하이오)는 버지니아 다음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며, 리치몬드(버지니아)는 최근 몇 년간 200% 이상 용량을 확대해 미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부상했다.
산안토니오, 레노, 솔트레이크시티 같은 2차, 3차 도시들도 예상치 못한 디지털 수도로 변모하고 있다.
◆ 부동산 골드러시, 땅값이 말해주는 것 = 농지가 디지털 부동산으로 변모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지역의 상업용 토지 가치는 5년간 300~500% 상승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더욱 극적이다.
텍사스의 2차 허브로 떠오르는 산안토니오에서는 베어 카운티의 목장 땅이 데이터센터 용도로 지정되면서 가치가 10배 증가했다. 오리건 힐스보로에서는 재생 가능 수력 전력 회랑 인근 토지가 농업 가치의 5~10배에 거래되고 있다. 버지니아 동부 헨리코 및 하노버 카운티에서는 주택 개발업자들이 데이터센터 직원을 위한 주택을 타깃으로 개발에 나섰다.
부동산 중개인들은 마치 2005년처럼 토지를 뒤집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은 수 에이커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 수 세대 동안 가족이 소유했던 농지에 7자릿수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그 결과는 지역 경제의 극적인 변화다. 주택 건설업자들이 기술 개발업자들과 토지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 전력 경쟁, 진짜 병목은 여기 =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약 415테라와트시(TWh)로 추정되며, 이는 전 세계 전력 소비의 약 1.5%에 해당한다. 지난 5년간 연평균 12%씩 증가했다.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기본 시나리오에서 약 945TWh로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30년 전 세계 전력 소비의 3% 미만을 차지할 것이다.
미국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극적이다. 2024년 미국 데이터센터는 183TWh의 전력을 소비했으며, 이는 국가 총 전력 소비의 4.4%에 해당한다. 2030년까지 이 수치는 133% 증가한 426TWh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5~2030년 사이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전체 전력 소비의 4%에서 7.8%로 증가할 전망이다.
가트너 애널리스트들은 2025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448TWh에서 2030년 980TWh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AI 최적화 서버의 전력 사용량은 2025년 93TWh에서 2030년 432TWh로 거의 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AI 최적화 서버는 총 센터 전력 사용량의 21%를 차지하고 2030년에는 4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AI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전력 수요 급증의 대가는 결국 주민들이 치르고 있다. 오하이오에서는 평균 주거용 요금이 월 16달러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릴랜드 서부는 월 18달러 인상이 예상된다.
버지니아에서는 전력 규제 기관이 도미니언의 2027년까지 일반 가구 요금을 월 약 21달러 인상하는 요청을 검토 중이다. 15% 인상에 해당한다. 일리노이는 16% 인상을 예고했다.
카네기멜론 대학 연구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와 암호화폐 채굴로 인해 2030년까지 평균 미국 전기 요금이 8% 인상될 수 있으며, 버지니아 중북부의 최고 수요 시장에서는 25%를 초과할 수 있다.
◆ 진짜 승자들, '곡괭이 장수' 효과 = 19세기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에서 가장 큰 돈을 번 사람들은 금을 캔 광부들이 아니라 곡괭이와 삽을 판 상인들이었다. 2026년 AI 골드러시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엔비디아(NVDA)는 부인할 수 없는 챔피언이다. 2025 회계연도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1,152억 달러로 전년 대비 142.37% 증가했으며, 총 매출의 88.27%를 차지한다. 2025년 10월 26일 종료된 3분기에 엔비디아는 기록적인 매출 570억 달러를 보고했으며, 전 분기 대비 22%,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512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 25%,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전력 유틸리티 섹터도 AI 승자다. 도미니언 에너지는 버지니아의 주요 전력 공급업체로, 2025~2029년 동안 500억 달러의 자본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이 버지니아 데이터센터 지원을 위한 것이다. 버지니아주 데이터센터에 47.1기가와트의 전력을 공급하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이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수치다.
넥스트에라 에너지(NEE)는 미국 최대 전력 유틸리티를 운영하며, 향후 몇 년간 전력망 지원을 위한 추가 전력 송전 프로젝트 개발에 2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컨스텔레이션 에너지는 미국 최대 원자력 발전 운영업체로, 칼파인을 160억 달러에 인수했다. AI 관련 유틸리티 인수합병(M&A)은 2025년 평균 매출 배수 25.8배를 기록했으며, 거대언어모델(LLM) 공급업체와 같은 틈새 부문은 54.8배를 기록했다.
인프라와 리츠 업계도 쏠쏠한 반사이익을 챙겼다. 쿠안타 서비스는 변전소, 상호 연결, 테스트 및 커미셔닝과 관련된 그리드 인프라 자산의 기업가치 배수가 약 20배에 달하고 있다. 이튼은 데이터센터의 집약적인 전력 요구를 전달하고 관리하는 전기 시스템을 공급한다. 트레인 테크놀로지스는 이러한 시설에 필요한 특수 냉각 및 공조 시스템을 제공한다.

에퀴닉스(EQIX)는 2024년 150억 달러 규모의 합작 투자를 결성하여 여러 최첨단 시설을 구매하고 건설할 토지를 확보했다. 디지털 리얼티는 2025년 초 개발 파이프라인이 93억 달러였으며, 50메가와트의 신규 용량을 인도했고, 북버지니아에서 절반이 사전 임대된 200메가와트 하이퍼스케일 프로젝트를 포함하여 219메가와트의 착공이 있었다.
◆ 숨겨진 대가, 무엇을 잃고 있는가 = AI 광풍은 승자를 배출한 동시에 작지 않은 비용을 발생시켰다.
먼저, 환경적 비용이다.데이터센터는 냉각을 위해 막대한 양의 물을 소비한다. 버지니아 피드몬트 환경 위원회는 증가하는 물 소비, 잃어버린 토지, 증가하는 탄소 배출, 악화되는 기후 재해를 우려하고 있다.
일자리의 역설은 점차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버지니아에서 데이터센터는 2023년 주 경제에 연간 91억 달러를 창출하고 7만4,000개의 일자리를 지원했다. 하지만 직접 운영 일자리는 1만2,140개에 불과했다.
데이터센터는 많은 직원이 필요하지 않다. 각 시설은 일반적으로 운영, 보안 및 유지보수 역할에서 5만200명의 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하며, 평균 급여는 7만10만 달러다.
지역사회의 저항도 골칫거리다. 데이터센터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높은 에너지 요금과 이웃의 소음 증가를 지적한다.
2025년 쿠시먼 앤 웨이크필드의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시장이 여러 방향에서 점점 더 많은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고 한다. 640억 달러 이상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물과 전력 소비에 대한 우려로 취소됐다.
[데이터 분석 BOX]
본 기사는 AI 데이터 분석 도구를 활용해 다음 자료를 종합 분석했다.
◆ 분석 데이터:
미국 50개 주 데이터센터 건설 허가 및 계획 자료 (2023~2025)
주요 전력 유틸리티 10개사의 분기별 전력 수요 예측 보고서
상업용 부동산 거래 데이터 5만여 건 (2020~2025)
엔비디아, 도미니언, 에퀴닉스 등 15개 주요 기업의 재무제표 및 투자자 발표 자료
국제에너지기구(IEA), 가트너, 카네기멜론 대학 등의 연구 보고서
◆ 핵심 수치
버지니아 데이터센터 계획 용량: 24,103메가와트 (세계 1위)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증가 전망: 2024년 183TWh → 2030년 426TWh (133% 증가)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매출: 2025 회계연도 1,152억 달러 (전년 대비 142% 증가)
도미니언 에너지 투자 계획: 2025~2029년 500억 달러
데이터센터 인근 상업용 토지 가치 상승: 5년간 300~500%
버지니아 주민 전기요금 인상 예상: 2027년까지 월 21달러 (15% 증가)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