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점유율 90%→60%대 추락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자동차 제조사 스즈키가 태국 내 생산 거점인 라용 공장을 미국 포드 자동차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한때 '일본 자동차의 성지'로 불리며 난공불락의 요새 같았던 태국 시장에서 일본계 기업들의 후퇴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스즈키는 태국 동부 라용 주에 위치한 완성차 공장을 포드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매각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토지와 시설 등 주요 자산은 수개월 내에 모두 인도될 예정이다.
라용 공장은 2012년 약 200억엔(약 1800억원)을 투입해 가동을 시작했다. 연간 8만대 규모의 생산 설비를 갖추고, 소형차 '스위프트', '셀레리오' 등을 생산해 왔다. 그러나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2024년 생산량은 전성기의 10분의 1 수준인 4400대까지 떨어졌다.
스즈키 측은 "태국 내 소형차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바트화 강세와 중국발 저가 공세 등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며, 앞으로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수익성이 높은 시장에 자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매각은 단순히 한 기업의 철수를 넘어 태국 자동차 시장의 판도 변화를 상징한다. 태국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자동차 생산 허브로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라 불려왔으며, 일본차 점유율이 90%를 상회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비야디(BYD)를 필두로 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태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등에 업고 파상공세를 펼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일본계 점유율은 2020년 약 90%에서 2025년 1~11월 기준 69%로 급락했다. 반면 중국계 점유율은 같은 기간 21%까지 급성장했다.
이런 흐름 속에 혼다는 이미 태국 내 공장 두 곳을 하나로 통합하며 생산 능력을 감축했고, 닛산과 미쓰비시 역시 인력 구조조정 및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스즈키의 공장을 인수한 포드는 이번 결정을 태국 시장 내 입지 강화의 기회로 삼고 있다. 매각된 공장 부지가 포드의 기존 공장과 인접해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포드는 해당 시설을 활용해 자사의 베스트셀러 픽업트럭인 '레인저'의 생산 및 글로벌 수출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계가 장악하기 시작한 승용 EV 시장 대신, 일본차의 강점이었던 픽업트럭 시장에서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