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평가손실 아닌 의도적 매도 혹은 매입 중단"
덴마크 연기금도 '손절' 동참
트럼프 "자산 투매 시 거대 보복" 경고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유럽 최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ABP가 지난해 미국 국채 보유량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덴마크 연기금의 국채 전량 매도 선언에 이어 '큰손'들의 이탈이 수치로 확인되면서, 유럽 자본의 '탈(脫)미국'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ABP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약 190억 유로(약 28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12월 말(290억 유로)과 비교해 불과 9개월 만에 100억 유로(약 14조7000억 원)나 급감한 수치다. ABP는 네덜란드 공무원 연기금으로 세계 5대 연기금 중 하나다.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이번 감소가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단순 평가액 감소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ABP의 보유분이 줄어든 2024년 말부터 지난해 9월 사이, 미 국채 가격은 오히려 상승세(금리 하락)를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ABP가 미 국채를 의도적으로 매도했거나, 만기 상환 후 신규 매입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비중을 축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미국 자산에 대한 유럽의 시각이 차가워지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행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기간인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등 주요 교역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해방의 날'을 선포하며 갈등을 빚은 바 있다.
ABP 대변인은 NOS 보도에 대해 일부 수치가 정확하지 않다면서도, 매도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국채 투자는 해당 국가의 펀더멘털과 상황,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진 '그린란드 매입' 갈등은 미국 자산시장의 유럽 자본 이탈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그린란드 매입 협상을 위해 유럽 8개국에 10% 추가 관세를 위협했다가 지난 21일 철회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예측 불가능한 태도에 반발해 유럽이 미국 자산을 팔아치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덴마크 연기금인 아카데미커펜션은 이달 말까지 1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전량 매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그린란드 사태가 매도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인터뷰를 통해 유럽의 자산 투매 움직임에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그들이 자산을 판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난다면 우리 쪽에서도 커다란 보복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협상에 필요한 모든 카드는 우리가 쥐고 있다"고 엄포를 놨다.
mj722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