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서 핵심 광물로 확장되는 '온쇼어링' 전략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정부가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자국 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희토류 기업에 역대 최대 규모의 직접 투자를 단행한다. 단순 보조금이 아니라 지분과 채권을 함께 묶은 '국가안보형 산업 개입 모델'을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25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오클라호마주에 본사를 둔 상장 광산업체 'USA 레어 어스(USA Rare Earth)'에 총 16억달러(약 2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2억 7700만달러는 지분 투자로 집행돼 정부가 회사 지분 10%를 확보하게 된다.
정부는 주당 17.17달러에 USA 레어 어스 주식 1610만주를 매입하고, 같은 가격에 추가 1760만주를 매입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도 함께 받는다. 현재 주가(24.77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정부가 보유하게 될 지분과 워런트의 잠재 평가차익은 약 4억 9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더해 USA 레어 어스는 정부로부터 13억달러 규모의 선순위 담보부 채권을 시장금리로 제공받는다. 관련 자금은 2022년 제정된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상무부에 신설된 금융 지원 기구를 통해 집행되며, 상무부가 회사와 직접 거래를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무부 산하 칩스(Chips) 사무국 관계자는 이번 투자가 "반도체 공급망과 미국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핵심·전략 광물을 미국 내로 이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반도체에서 시작된 '미국 내 생산(onshoring)' 전략을 희토류·핵심 광물 영역으로 확장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다.
USA 레어 어스는 텍사스주 시에라 블랑카(Sierra Blanca)에 대규모 희토류 광산을 개발 중이다. 회사 측은 해당 광산에 휴대전화·미사일·전투기 생산에 필수적인 17개 희토류 원소 가운데 15개가 매장돼 있다고 밝혔다. 또 오클라호마주 스틸워터(Stillwater)에 자석 생산 시설을 구축해 채굴–정제–부품 생산까지 아우르는 공급망을 미국 내에서 완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USA 레어 어스는 별도로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신규 지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월가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를 자문사로 선정했다. 캔터는 과거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이끌던 금융사로, 현재는 그의 아들들이 경영을 맡고 있다.
정부는 당초 투자 조건으로 "추가 5억달러 이상 민간 자본 조달"을 요구했는데, 이번 딜은 상장기업 대상 사모 투자(PIPE·Private Investment in Public Equity) 구조를 활용해 이 기준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요를 끌어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자금이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핵심 광물 섹터에 대한 민간 투자 심리도 동시에 끌어올린 셈이다.
◆ '국가가 직접 주주로'… 안보 앞세운 트럼프의 산업자본 개입
이번 보도가 시사하는 바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국가가 직접 주주로 들어가는' 개입 방식을 사실상 하나의 정책 수단으로 정착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부는 이미 반도체 업체 인텔(Intel) 지분 10%를 취득했고, 미국 철강사 US스틸과 이른바 '황금주(golden share)' 협정을 협상하는 등 전략 산업에 대한 영향력을 넓혀왔다.
희토류·핵심 광물 분야에서도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 트릴로지 메탈스(Trilogy Metals), 리튬 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 벌컨 엘리먼츠(Vulcan Elements) 등 최소 6개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속한 벤처캐피털이 선제 투자한 기업에 정부 자금이 이어 붙으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진 사례도 나온 바 있다.
상무부와 국방부는 미국 내 희토류 생산 역량을 키우기 위해 긴밀히 공조해 왔으며, USA 레어 어스 투자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공급망 안정·안보 강화를 명분으로 정부가 특정 기업의 자본 구조와 경영에 깊숙이 발을 들이는 방식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정책과 정치·이해관계가 어디까지 맞물릴 것인가'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한편 이번 주 들어 협상이 급물살을 탄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그린란드의 미개발 핵심 광물 자원 접근을 포함할 수 있는 합의의 '틀'에 도달했다고 언급하면서 투자자들의 핵심 광물 관련 주식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난 점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USA 레어 어스 투자와 그린란드 관련 논의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