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법원, 본사 책임 묻는 '법인격 부인' 적용 검토
폴란드 등 해외 사업장 악재 겹쳐…글로벌 수주 전략 '비상'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포스코이앤씨가 브라질 법인 파산 사태로 글로벌 신인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브라질 현지 법인이 수천억원대 부채를 남긴 채 현금 2만원과 고장 난 차량만 남기고 파산을 신청하자, 현지 사법 당국은 한국 본사의 책임 여부를 검토 중이다.
여기에 폴란드 등 다른 해외 사업장에서도 미수금 문제가 겹치면서, 포스코이앤씨의 글로벌 사업 정상화 전략에도 대대적인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7일 업계와 브라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의 브라질 법인(Posco Engenharia e Construção do Brasil Ltda.)이 지난해 9월 현지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한 가운데, 채권단이 포스코 측이 파산 신청 과정에서 세금 부채와 일부 소송 중인 채무를 고의로 누락했다고 주장하면서 현지 수사 당국이 수사에 착수하는 등 글로벌 리스크가 확산되고 있다.
이 법인은 브라질 세아라주 페센 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CSP 제철소의 EPC 계약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CSP 제철소는 한국의 동국제강(30%), 포스코(20%), 브라질의 발레(Vale, 50%)가 합작하여 세웠으며, 이 포스코 브라질 법인은 포스코가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 착공한 CSP 제철소 건설은 약 54억달러(약 7조원) 상당의 건설 규모로, 공사가 완료된 2016년경 이미 전액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CSP는 경영난 끝에 2023년 다국적 철강 기업인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에 매각됐다.
다만 아르셀로미탈은 제철소라는 자산을 인수했을 뿐,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포스코이앤씨 브라질 법인의 부채는 인수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셀로미탈은 포스코이앤씨와 그 하청업체 간의 계약에는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채권자들이 포스코이앤씨 브라질 법인에 부채 상환을 요구하자 현지 법인의 파산 신청으로 이어진 것이다.

문제가 된 것은 이 법인이 남긴 재산 목록이다. 브라질 세아라주 법원에 제출된 파산 신청서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 브라질 법인이 신고한 자산 내역 중 가용 현금은 109.8헤알(약 2만원)뿐이었으며, 유일한 동산 자산인 2015년식 '포드 퓨전' 승용차마저 고장 나 운행이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졌다.
반면 신고된 부채는 공식 신고 기준 약 6억4400만헤알(약 1740억원), 채권단 추산 약 10억헤알(약 2700억원) 이상으로, 사실상 부채를 상환할 자산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특히 7조원대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법인의 신고 현물 자산이 고장 난 포드 퓨전이라는 점이 집중 조명되면서 브라질 현지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 때문에 채권단은 포스코 측이 브라질 법인에 부채만 남기고 떠났다며 이른바 '먹튀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전체 부채의 80% 이상이 노동 채무로 분류돼 있으며, 여기에 하청업체 미지급금과 세금 체납 문제까지 얽히며 현지 연방 검찰이 자산 은닉 여부를 수사 선상에 올린 상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불똥이 어디까지 튀느냐'다. 브라질 세아라주 법원은 포스코이앤씨 한국 본사와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를 동일한 경제적 실체로 간주하는 법인격 부인 법리를 적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브라질 법원에서 사기 파산이 최종 인정되고 본사 책임이 확정될 경우, 채권단은 한·브라질 사법 공조를 통해 국내 자산에 대한 집행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브라질발 악재는 포스코이앤씨의 전체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부정적인 시그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이앤씨는 폴란드 바르샤바 폐기물 소각로 사업에서도 공기 지연과 추가 원가 투입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이 글로벌 신인도에 타격을 미칠 경우, 지난해 회복했던 해외 수주 회복세가 다시 어두워질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포스코이앤씨는 4년 만에 해외 수주 1조원 클럽과 수주 기업 상위 10위권에 다시 올라선 바 있다.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의 지난해 해외 수주액은 총 8억1019만달러(약 1조2000억원)로 업계 9위를 기록했다. 2024년 1억2806만달러(약 1900억원)로 수주 순위 24위까지 추락했던 성적을 1년 만에 6배가량 끌어올린 것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를 발판 삼아 동남아, 중동, 동유럽 시장을 주목하면서 올해 해외 사업 확장을 노린 바 있다. 이미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파나마 메트로 3호선 건설공사(도급액 약 6400억원) 등 굵직한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브라질 사태로 인한 평판 리스크는 향후 남미 지역 추가 수주는 물론,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글로벌 발주처들이 시공사의 윤리 경영과 재무 건전성을 엄격히 따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현장은 적용되는 현지 법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현지 법원 판단을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봤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