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코스피 투자 대신 미국 주식
[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은행 예·적금을 해지하고 증시 계좌를 개설하는 등 개인 투자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실제 국내 증시에서 개인의 매수세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과 신용거래융자 잔고까지 동시에 늘었음에도, 개인 자금은 국내보다 미국 등 해외 주식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국내 주식 거래 계좌 수는 9946만 개로, 1억 개에 육박했다. 국민 1인당 평균 2개꼴로 주식 계좌를 보유한 셈이다. 지난해 초 8708만 개와 비교하면 1년 새 1281만 개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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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대기자금(투자자 예탁금)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해 말 80조원대 후반에서 이달 21일 기준 96조331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언제든 매수에 나설 수 있는 개인 자금'이 시장에 대거 대기 중인 상황이다. 계좌 수와 예탁금, 신용융자 잔고가 동시에 증가한 것은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상승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실제 매매 동향을 보면 개인은 아직 국내 증시에 확신을 갖지 못한 모습이다.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연초 이후 이날까지 개인은 국내 주식을 5조원가량(5조3507억원)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2조1288억원, 기관은 1조1324억원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지만, 개인은 오히려 차익 실현과 비중 축소에 나선 셈이다.
한 국내 운용사 관계자는 "여전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대형 반도체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지고 있어 투자자들이 망설이는 측면이 있다"며 "1년 전과 비교해 산업 전반의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지수만 빠르게 오른 점도 불안 요인"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시선은 해외, 특히 미국 증시로 더 뚜렷하게 쏠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개인은 미국 주식을 39억1700만달러(약 5조6336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서학개미'의 매수세가 다시 불붙으면서, 미국 빅테크와 인공지능(AI) 관련 대형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계좌 수와 예탁금, 신용융자 잔고가 모두 늘어 개인의 잠재 매수 여력은 크게 높아졌지만, 실제 돈의 방향은 국내가 아닌 미국 등 해외 자산으로 향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으나, 기업 실적과 정책, 환율·금리 등 대외 변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개인이 섣불리 '국내 베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ycy148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