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뉴스핌] 이형섭 기자 = 강원 삼척시가 2026년을 '국가유산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역사·지질·생활문화 전반에 걸친 유산 지정·조사에 나섰다. 천연기념물·무형유산·자연유산·등록문화유산·향토유산까지 한 해에 8건 지정을 목표로 내건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27일 삼척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2026년 국가유산 지정·조사' 사업을 통해 국가 및 강원도 지정·등록, 향토유산 지정을 합쳐 총 8건의 유산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안정산동굴은 천연기념물, 미로단오제·조비농악·굴피장은 도 무형유산, 초곡리 촛대바위는 도 자연유산, 황승규 문자도(3점)는 도 등록문화유산으로 각각 신청·추진된다.

안정산동굴은 다양한 동굴 생성물과 독특한 지형 발달로 학술적 가치가 높아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 신청된다. 미로단오제는 지역 세시풍속을 대표하는 민속행사, 조비농악은 영동남부 농악을 대표하는 연행으로, 굴피장은 산간지역의 주거·건축 문화를 보여주는 전통기술이라는 점이 평가 근거다.
초곡리 촛대바위는 해안 침식으로 형성된 기암으로 동해안 경관을 상징하는 자연유산, 황승규 문자도는 지역과 연관된 근현대 서화 문화자원으로서 도 등록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한다.
삼척시는 보호 제도 밖에 있던 비지정 유산을 향토유산으로 묶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향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관련 조례를 개정해 향토유산 지정 근거를 정비했고, 올해는 이천리 금표, 육향산 선정비 및 불망비를 시작으로 지정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혀 갈 계획이다.
향토유산 지정은 국·도 지정 단계로 가기 전 '완충 지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보존·정비·홍보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면서, 향후 국가유산 승격을 위한 기초 조사와 관리 이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유산 발굴과 병행해 기존 문화유산의 '격상' 작업도 본격화한다. 도 유형문화유산인 삼척 척주동해비는 국가지정유산 보물 승격을 목표로 학술대회를 열어 역사·학술적 가치를 재조명할 예정이다. 1960~1980년대 삼척과 인근 지역 의료를 담당했던 (구)성 요셉의원은 도 등록문화유산 지정을 위한 조사 용역을 통해 근대 의료·사회사 자료로서의 가치를 부각시킨다는 구상이다.
척주동해비는 조선 시대 동해 연안을 기록한 금석문으로, 삼척과 영동 해역의 역사·지리 정보를 담은 사료라는 점에서 국가지정 보물 승격 타당성을 모색하고 있다. 성 요셉의원은 근대기 가톨릭계 병원 건축과 지역 의료 체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현장 자료로, 등록문화유산 등재 시 '생활사 박물관' 역할까지 염두에 둔 활용 방안이 함께 검토된다.
삼척시는 2023년 말 대표 문화재인 죽서루가 국보로 승격된 이후, 문화유산 정책의 '속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죽서루 국보 지정 이후 시는 문화예술과를 신설하고 문화유산 분야를 2개 팀으로 나누는 등 전담 조직을 정비해 국가유산 지정·조사에 힘을 실었다.

이 같은 조직 개편 효과는 2025년 성과에서 확인됐다. 감로사가 1988년 이후 37년 만에 전통사찰로 지정됐고, 조사 과정에서 화기가 남아 조성 연대와 작가가 확인된 불화 계통 민화 '원당도'가 발견돼 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됐다.
이어 조선 후기에 조성된 영은사 석조비로자나삼불좌상과 신흥사 석조석가여래삼존좌상도 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불교 조각 분야 유산 지도가 한층 촘촘해졌다.
현재는 조선 중기 이전에 조성된 것으로 전해지는 천은사 극락보전 소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및 복장유물이 국가지정유산 보물로 신청돼 심사를 앞두고 있다. 또 1922년 세워진 두타산 천은사 기실비는 다음 달 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 고시가 예고돼 있다.
삼척시는 이번 국가유산 지정·조사 사업을 통해 '삼척형 국가유산 지도'를 그리겠다는 구상이다. 지질·자연·전통 세시풍속·농악·건축·근현대 생활사까지 아우르는 입체적 유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도시 정체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김영희 문화예술과장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소중한 유산을 지속적으로 발굴·지정해 국가유산의 체계적인 보호와 관리를 적극 수행하고, 지역문화 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삼척이 죽서루 국보 승격에 이어 안정산동굴, 미로단오제 등 신규 유산까지 잇따라 이름을 올릴 경우, 강원 동해안권 문화유산 거점 도시로서 위상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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