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옛말에 형무등급(刑無等級), 추물이불양(趣物而不兩)이란 말이 있습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 중법정. 우인성 재판장은 판결문을 읽기 전 단호한 어투로 말을 꺼냈다. "법의 적용에는 권력자든, 권력을 잃은 자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합니다." 발언이 끝나자 법정 공기는 단번에 가라앉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이날 오후 2시 10분께 재판을 열고 자본시장법 위반·알선수재·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약 128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 내내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다른 손에는 펜을 쥔 채 판결을 들었다. 굳은 표정에 시선은 쉽게 들리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린채 김 여사쪽을 바라보기도 했다. 이날 특검 측에서는 모두 11명이 법정에 참석했다.
법정에는 김 여사의 판결을 지켜보기 위해 취재진과 방청객이 몰리며 좌석이 가득 찼다. 공교롭게도 이 법정은 지난 1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체포 방해 사건 1심 선고가 이뤄진 장소이기도 하다.

오후 2시 11분께 김 여사는 검은색 정장 차림에 흰색 마스크와 뿔테 안경을 쓰고 입정했다. 평소 속행 공판 때처럼 머리는 묶은 상태였다. 재판부가 판결문을 읽는 동안 김 여사는 바닥을 응시하거나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주문이 낭독되는 순간에도 얼굴을 재판부 쪽으로 돌리지는 않았다.
본격적인 선고가 시작되자 특검 측 테이블에서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양형 사유와 설명이 이어지자 특검보는 턱을 괸 채 잠시 김 여사 쪽을 바라보다가 이내 재판부로 시선을 옮겼다. 미간을 찌푸린 채 판결문을 듣거나, 간간이 한숨을 내쉬는 모습도 포착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시세조종과 관련해 공소사실에 포함된 일부 매매는 1인 매매에 그쳤고, 공범 기소된 선행 거래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단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이 대목에서 특검 측은 고개를 떨군 채 메모를 이어갔다.
재판부는 판결 말미 "영부인은 대통령과 가까운 위치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징적 존재"라며 "그에 걸맞은 높은 청렴성과 염결성이 요구된다. 솔선수범을 보이지 못할망정 반면교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김 여사는 한 차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징역 1년 8개월에 처한다"는 주문이 낭독되는 순간에 김 여사는 바닥을 응시한 채 재판부를 향해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선고가 끝난 뒤에 미간만 살짝 찌푸린 채 안경을 고쳐 썼고, 변호인과 잠시 속삭이며 이야기를 나눈 뒤 판결문으로 보이는 종이 한 장을 건네받아 내려다봤다. 무죄 부분 공시 여부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퇴정 과정에서는 교도관 2명이 김 여사의 양팔을 잡았고, 입정 당시 입고 왔던 코트는 다른 교도관이 들었다. 김 여사는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두 번 숙여 인사한 뒤 법정을 나섰다.
방청객들은 선고 내내 숨을 죽인 채 자리를 지켰고, 법정 안에 별다른 소란은 없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결심 공판에서 구형한 징역 15년과 비교하면 낮은 형량이었지만, 김 여사와 특검 측 모두 선고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 조용히 법정을 빠져나갔다.
pmk145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