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해외투자 확대 속 원화 방파제 구축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정부가 2026회계연도부터 연기금 기금운용평가 기준을 전면 손질하면서 '환율'이 자산운용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DB증권은 30일 보고서에서 "해외투자 비중이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단순 수익률 경쟁을 넘어 환위험 관리 역량을 별도 항목으로 평가하고 가점을 부여하는 체계가 새로 도입된다"며 "공공성 강화 기조 아래 연기금이 국민성장펀드와 해외투자를 통해 성장 동력을 지원하는 동시에, 원화 가치의 안정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정부는 대형·중소형 연기금의 해외자산 평가에서 '실제 운용 시 적용한 환정책'을 기준수익률 산정에 직접 반영하도록 기준을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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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투자정책서에는 환헤지 전략을 명시해 놓고 실제 운용에서는 환오픈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환정책을 수정할 경우, 수익률이 벤치마크 대비 과대 측정돼 평가 왜곡이 발생하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는 헤지·언헤지 비율 등 실제 환노출 정도에 맞춰 벤치마크를 적용하도록 규정을 정비해, 운용 성과가 환율 베팅이 아니라 운용 능력에서 비롯됐는지 보다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했다.
새 평가 항목의 핵심은 환율 변동에 따른 자산가치 변동 위험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했는지 따로 점수를 매긴다는 점이다.
정부는 연기금 해외자산 규모가 급증한 만큼 환위험 관리 필요성이 커졌다고 보고, 대규모 기금에는 1.5점, 대형에는 1.0점, 중소형에는 0.6점의 환위험 관리 배점을 신설했다.
각 기금은 환헤지 비율 설정, 환파생상품 활용, 통화 다변화 등 구체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충실히 실행해야만 평가에서 가점을 기대할 수 있다.
사실상 환율을 '시장 외생 변수'로 취급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전략적 관리 대상이자 공적 책무의 일부로 편입시키겠다는 메시지다.
환율 관리 강화는 국민성장펀드 조성과도 맞물린다. 정부는 향후 5년간 매년 30조원 이상 규모로 국민성장펀드를 설정해 인공지능, 에너지, 인프라 등 미래 전략 산업과 첨단 분야에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2026년 안으로만 봐도 직접투자, 간접투자, 인프라투융자, 초저리대출 등을 합쳐 31조원 안팎의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며, 이 중 첨단기금과 민간 자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일부 자금은 해외 기술·인프라 투자와 연계될 수밖에 없는 만큼, 환율 변동이 펀드 성과와 재정 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수 과제가 됐다.
정부가 강조하는 공공성 원칙 속에서 환율은 '투기적 수익'이 아닌 '안정적 성장'의 관점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코스닥과 벤처 투자 확대, 국민성장펀드 조성 등 공격적인 성장 전략이 추진되는 한편, 해외투자 확대가 가져올 수 있는 환차손 리스크는 강화된 평가 기준과 환위험 관리 의무를 통해 제어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실제 운용 과정에서 채택된 환정책을 평가에 직접 반영함으로써, 연기금이 단기 환율 흐름에 과도하게 기댄 성과를 쌓는 것을 견제하고, 장기적으로 원화 가치의 안정성 제고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보고서는 "올해부터 국민연금기금을 비롯한 24개 주요 연기금이 이런 새 제도의 적용 대상이다. 자산배분안과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고, 환위험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는 등 기민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공공성을 축으로 한 연기금 자산운용 대전환이 환율 관리 강화와 결합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성장성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