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 5일 종료됐다. 상호 안전판이 사라지면서 미국과 러시아 등 주요 핵보유국들이 다시 핵무기 무한 비축 경쟁에 돌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1. 지구상 핵미사일이 가장 많았을 때는
지구상에 핵무기가 가장 많았던 시점은 1980년대 중반이다. 인공지능(AI) 모델 퍼플렉시티가 수집한 자료들에 따르면 냉전의 기운이 여전했던 당시, 지구상에는 7만~7만3000기의 핵탄두가 존재했다. 그 가운데 95% 이상을 미국과 구소련이 보유했다. 최고 절정기 때 소련의 보유 핵탄두는 4만5000기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냉전 종식과 군축협정으로 지구상의 핵탄두는 빠르게 줄었다. '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약 1만2000개 안팎의 핵탄두(nuclear warhead)가 존재한다. 절정기의 20%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2. 인류 문명 붕괴에 필요한 핵탄두는 몇개
인류 멸종 혹은 인류 문명의 종말을 불러오는 데 필요한 핵탄두는 몇 개일까. 다양한 추정치가 존재하나 정확한 답은 없다. 전 세계 핵심 도시들을 잘 겨냥하면 400~500개의 탄두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에서 수천 개는 필요할 것이라는 추산에 이르기까지, 그 편차가 크지만 현존하는 핵탄두만으로도 인류 문명을 여러차례 붕괴시킬 수 있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여러 연구기관들의 시뮬레이션은 핵 전면전이 벌어진 경우라 해도 단번에 인류의 대사멸을 낳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인류의 43% 가량이 초기 핵탄두 폭발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핵겨울과 기후파괴에 따른 식량난으로 3~4년에 걸쳐 대부분 죽음에 내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일례로 럿거스 대학의 연구는 "미국과 러시아 등이 핵 전면전을 치를 경우 초기 폭발과 방사능 피해 이후 찾아들 핵겨울과 기후교란으로 수년에 걸쳐 세계 식량의 90%가 감소, 기아로 사망하는 인구가 50억명에 달할 수 있다"고 했다.

3. 핵탄두 1만개나, 10만개나 매한가지?
현존하는 핵무기만으로도 인류 문명을 여러 번 소멸시킬 수 있는 마당에, 여기서 핵탄두 몇 만개가 더 보태진들 무슨 차이가 있겠나 싶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CNN이 전문가 의견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이날(5일) 종료된 '뉴스타트'의 경우 미국과 러시아가 배치할 수 있는 전략 핵탄두와 발사체 수를 제한하고, 상호 사찰과 통보를 의무화해 상호 불안을 줄이는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새로운 핵무기 군축협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상대의 의도와 보유 핵무기의 수량을 파악하는 게 어려워진다. 그 불안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 모두 선제적 증강, 고경계 태세, 발사 결정시간 단축 같은 선택에 내몰릴 수 있다.
전문가들의 우려 지점은 단순히 핵탄두가 늘어나는 문제를 넘어, 이러한 군비경쟁이 오판과 오경보로 인한 실제 핵전쟁 위험을 크게 끌어올린다는 데 있다. 비영리단체 '80,000 Hours'는 핵무기 축장 경쟁으로 탄두 수 자체가 늘어날 경우에도 분쟁지역으로 일부가 유입될 위험, 즉 핵탄두 통제의 실패 및 도난 분실의 위험이 군축협약 하에서보다 더 높아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