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위기·인도 물량 고갈이 원인"
춘절 변수 주목…증산 기대는 제한적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국제 은 가격이 극심한 변동성을 겪은 뒤 안정을 되찾았지만, 중국 내 은 공급은 여전히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투자 수요와 산업 수요가 동시에 재고를 소진하면서 단기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가격 왜곡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중국 내 생산업체와 트레이더들은 밀린 주문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단기 가격이 급등하며, 은 시장은 최근월물 가격이 원월물보다 높게 형성되는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상태가 뚜렷해지고 있다. 상하이선물거래소의 최근월물 은 선물은 사상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을 기록하며, 실물 인도에 대한 시장의 강한 선호를 드러냈다.
쓰촨톈푸은행의 장팅 수석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이처럼 큰 폭의 백워데이션은 재고 위기와 인도 가능한 물량의 고갈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기관 투자자들로서는 시장을 계속 압박해 수익을 낼 유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 "재고 위기·인도 물량 고갈이 원인"
실물 부족은 파생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은 가격 하락에 베팅했던 상하이금거래소의 공매도 세력은 지난해 12월 말 이후 인도를 피하기 위해 매수 포지션 보유자들에게 이연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이는 포지션을 청산할 만큼의 실물 은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은 시장은 지난 1월 말 이후 역사적인 급락을 겪으며, 연초 몇 주 동안 기록했던 61%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당시 랠리는 중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의 투기적 매수세가 몰린 결과였다. 은은 달러 가치에 대한 불안,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 논란, 격화되는 지정학적 갈등에 대한 우려 속에서 일시적으로 금을 대신하는 안전자산 성격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낮은 은 시장은 극단적인 가격 변동에 취약하다. 지난해 가을 전 세계적인 공급 압박이 발생하면서 중국 내 재고는 이미 줄어든 상태였고, 여기에 지난해 12월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재고 고갈이 가속화됐다. 이후 상하이선물거래소와 상하이금거래소에 연계된 창고의 은 재고는 10년 이상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투자용 실물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 중국 최대 귀금속 거래 허브인 선전 수이베이 시장에서는 프리미엄을 붙여서라도 은괴를 찾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 귀금속 업체 관계자는 "재고가 들어오면 곧바로 소진된다"고 말했다.
산업 수요 역시 공급 긴축을 부추기고 있다. 은을 주요 원재료로 사용하는 중국 태양광 제조업체들은 오는 4월 1일 수출 환급 혜택 종료를 앞두고 생산을 앞당기고 있다. 최근 은 가격 급락을 매수 기회로 활용한 기업들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 춘절 변수 주목…증산 기대는 제한적
시장에서는 단기적인 은 공급 부족을 완화할 수 있는 변수로 춘절(중국 설) 연휴 기간 제련업체들의 생산 확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일부 제련업체가 연휴 전후로 가동률을 높일 경우, 일시적으로나마 실물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춘절 연휴는 중국 전반의 산업 활동이 둔화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실제 공급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휴 기간에는 인력 이동과 공장 가동 중단이 겹치면서 생산 확대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련업체의 증산 기대가 현실적인 공급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춘절 연휴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포지션을 축소하면서, 상하이선물거래소의 은(Silver)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은 4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는 단기 가격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의식해 시장 참여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실물 은 재고가 의미 있게 회복되지 않는 한, 중국 은 시장의 공급 긴장 상태와 이에 따른 가격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파생시장 포지션 축소와 별개로 실물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 시장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