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쿠팡의 주요 미국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분쟁 절차에 대거 합류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 상장 기술기업이자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을 표적 삼아 차별적이고 과도한 규제를 집행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을 이유로 중재 절차 착수를 공식 통보하고 미국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다.
◆ ISDS 중재 의향서 제출 투자사 5곳으로 확대
미국 내 쿠팡 투자사인 에이브람스 캐피털(Abrams Capital), 듀러블 캐피털 파트너스(Durable Capital Partners), 폭스헤븐(Foxhaven)은 11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기존 그린옥스(Greenoaks) 및 알티미터(Altimeter)와 뜻을 같이해 한국 정부에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쿠팡의 주요 미국 투자사는 총 5곳으로 늘어났다.
앞서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지난 1월 한미 FTA 위반을 근거로 한국 정부에 중재 의사를 공식 통보하는 한편,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관세 인상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무역법 제301조'에 따른 조사를 청원한 바 있다. 이번에 합류한 3개 투자사 역시 기존 중재 의향서를 채택해 한국 정부에 중재 추진 의사를 전달하고, USTR에 조사 청원 지지 서한을 제출했다.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 상장 기술기업인 쿠팡을 겨냥해 수년간 선택적 법 집행과 불균형한 규제 조사, 허위·명예훼손성 주장 등을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러한 조치가 한미 FTA상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대우(FET)' 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이로 인해 미국 주주들이 입은 시가총액 손실이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 쿠팡 개인정보 유출이 도화선…통상 마찰 비화 조짐
이번 갈등의 도화선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쿠팡의 대규모 고객 데이터 유출 사고다. 정부 합동조사 결과 약 3367만 여 건의 이용자 계정 정보가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는 사실상 국내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규모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쿠팡 측은 이후 조사 과정에서 약 16만5000명의 정보가 추가로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사고 이후 국내 소비자들과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다. 이에 투자사들은 이를 단순한 규제 집행을 넘어선 '미국 기업에 대한 행정적 공격'으로 규정하고, 국제투자분쟁과 USTR 조치를 동시에 추진하며 맞불을 놨다.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 최근 미 하원 사법위원회는 우리 정부의 미국 기업 차별 의혹 조사를 위해 쿠팡에 소환장을 발부하고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 그린옥스 "한국 정부, 행정 공세 즉각 중단해야"
닐 메타 그린옥스 창립자 겸 매니징 파트너는 성명을 통해 "최근 몇 주간 미국 정책 당국자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외국 정부의 차별에 맞서 미국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분명해졌다"며 "이번 투자사들의 추가 합류는 이재명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 약속을 존중하고 쿠팡에 대한 행정 공세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 정부 "법과 원칙 따른 공정한 집행" 정면 반박
반면 우리 정부는 미국 내 쿠팡 투자사들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는 "이번 대규모 유출은 고도화된 해킹이 아니라 회사 측의 보안 체계 미비와 인증 시스템 취약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쿠팡의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또한 정부는 "조사 및 제재는 국내법에 근거해 국적과 관계없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한 차별적 대우는 전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USTR과 미 의회에 한국 정부 법 집행의 정당성을 적극 설명하는 한편, 본격적인 중재 절차가 시작될 경우 범정부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