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부과 권한은 의회에 있어"…IEEPA 남용 제동
징수된 관세만 1750억 달러 추정… 대규모 환불 사태 직면할 듯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주요 교역국에 부과한 이른바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다. 행정부가 의회를 우회해 무역 파트너들에게 관세를 남발하던 관행에 결정적인 제동이 걸렸다.
20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하급심 판결을 6대 3 의견으로 확정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서를 통해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는 특별한 권한을 행사하려면 의회로부터 명백한 권한 부여를 받았음을 입증해야 하지만,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미국 헌법상 세금과 관세를 부과할 권한은 행정부가 아닌 입법부인 의회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수입품 관세를 핵심 경제 및 외교 무기로 활용해 왔다. 특히 1977년 제정된 IEEPA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 IEEPA는 미국의 국가 안보, 외교 정책, 경제에 '이례적이고 비상한 위협'이 발생했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력한 경제적 제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관세 폭탄으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들과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12개 주(州)가 제기한 소송에 따른 최종 결론이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IEEPA를 관세 부과의 근거로 남용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대법원 역시 지난해 11월 진행된 구두 변론에서 행정부의 이 같은 권한 남용에 이미 회의적인 시각을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대법원의 위헌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무역 정책은 치명상을 입게 됐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는 향후 10년간 미국에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됐다.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14일 이후 공식적인 관세 징수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펜 와튼 예산 모델(PWBM) 소속 경제학자들은 IEEPA에 근거해 정부가 거둬들인 관세만 이미 1750억 달러(약 253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확정함에 따라 미국 정부는 그동안 부당하게 징수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관세를 환불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mj722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