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공계 정착 지원 병행해야"…경력단절 우려 등 구조적 제약 지적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영재학교 졸업생 10명 중 8명은 이공계열에 진학하지만, 상당수는 대학 입학 이후 의약계열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재학교 설립 취지에 맞는 정교한 진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발간한 '영재학교 졸업생의 진로 선택 양상과 의미'에 따르면, 2017년에 영재학교에 입학한 졸업생 613명의 진로를 추적해 분석한 결과 공학계열이 54.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연계열 25.1%, 의약계열 16.2%, 인문·사회계열 등은 4.0%로 집계됐다.
전반적으로 이공계열 비중은 79.8%로, 영재학교 졸업생 다수는 이공계 진학 경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의약계열 진학이 적지 않았다.
특히 성별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졌다. 남학생은 공학계열 58.5%, 자연계열 23.9%, 의약계열 13.6% 순이었지만, 여학생은 공학계열 34.7%, 자연계열 31.6%, 의약계열 29.6%로 나타나 공학·자연·의약계열이 모두 30% 안팎에서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여학생의 의약계열 선택 비중이 남학생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입학 뒤 전공을 바꾸는 흐름도 확인됐다. 조사 대상자의 90.5%는 처음 선택한 전공을 유지했지만, 9.5%는 한 번 이상 전공을 변경했다. 성별로 보면 남학생의 전공 변경 비율은 8.0%, 여학생은 17.4%로 여학생의 변경 비율이 더 높았다.
전공 이동의 종착지는 의약계열에 집중됐다. 2020년 대학 입학 당시 의약계열 재학생은 30명이었으나, 이후 타 계열에서 의약계열로 이동이 이어지면서 2023년에는 99명으로 늘었다. 특히 자연계열에서 의약계열로 이동한 사례가 가장 많았고, 공학계열에서 의약계열로 바꾼 경우가 뒤를 이었다. 영재학교 입학 단계에서 의대 진학을 억제하더라도, 대학 진학 이후 의약계열 이동까지 막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KEDI는 이를 단순히 '이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진로 설계 전반을 더 정교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미나 KEDI 연구원은 "영재학교 학생들이 대학 입학 후에도 이공계 전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진로 상담과 실질적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자연계열 학생에 대해서는 장학금, 연구 참여 기회, 산학 연계 프로그램 등 기초과학 분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시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여성 이공계 인재 정책도 과제로 제시됐다.
이 연구원은 "여학생의 의약계열 선택이 단순한 개인 선호만이 아니라, 불안정한 이공계 노동시장과 경력단절 우려 같은 사회·문화적 제약과도 연결될 수 있다"며 "단순히 이공계 진입 인원을 늘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여성 인재가 진입 이후에도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jane94@newspim.com












